경제

증시 덮친 딥시크 쇼크, Al 반도체 밸류체인 주가 향후 전망은?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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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딥시크(DeepSeek)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가성비’ AI(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의 출현으로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반도체, 에너지 관련주 중심으로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딥시크에 대한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하락한 2453.96으로 장을 마감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31일(2517.37) 0.77% 하락한 이후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 코스닥 또한 이틀 연속 하락하며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4일 728.74에서 3일 703.80으로 24.94포인트(△3.4%) 낮아졌다.

연휴 직후 국내 증시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발 관세전쟁 우려가 꼽히지만, 연휴 기간 발표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새 AI 모델 ‘R1’으로 인한 충격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는 생성형 AI의 선두주자인 미국 오픈AI의 ‘o1’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우월한 성능, 기존 모델의 10~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557만 달러의 개발비, 기존 모델 대비 10~40배 적은 수준의 전력소비량 등의 장점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문제는 이러한 저비용 고성능의 ‘가성비’ AI 모델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AI 개발을 위해 고성능의 값비싼 GPU나 상당한 규모의 전력 공급이 필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반도체·에너지 관련주가 ‘딥시크 쇼크’에 큰 타격을 받게 된 것.

실제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주가는 R1이 발표된 27일 무려 16.97%나 하락하며 118.58달러까지 떨어졌다. 겨우 하루 만에 589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 엔비디아 주가는 이후에도 좀처럼 하락분을 회복하지 못한 채 12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연휴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지난달 24일 22만1000원에서 3일 19만900원으로 2거래일만에 13.6%(3만100원)나 하락했다. 특히, 연휴 직후인 지난달 31일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3918억원이나 순매도하기도 했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이 기존 시장에 출시된 제품 대비 훨씬 낮은 비용으로도 비슷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점이 드러나며 AI 인프라 테마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딥시크가 불러온 시장 충격은 AI 발전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AI 하드웨어 산업 외에도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 모멘텀이 기대되고 있던 전력 인프라 산업까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딥시크 이슈로 인해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기존에는 AI 학습 및 추론에 고성능·고가의 GPU를 대량으로 활용했는데, R1의 등장으로 저비용 GPU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AI 반도체 밸류체인들의 우상향 방향성은 유지되겠지만, 성장 기울기가 하향 조정될 우려가 상존하게 됐다”며 “혁신적인 저비용 모델 개발에 대한 관심 증가와 관련 이슈는 해당 섹터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딥시크 쇼크로 인한 AI 관련주 하락 우려가 다소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가성비 AI’의 등장은 AI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동력이지 투자 위축을 불러올 악재는 아니라는 것.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의 대두는 AI 에 대한 시장 수요를 더욱 촉진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그 과정에서 해당 모델의 훈련 및 추론을 위한 커스텀(맞춤형) HBM 등 최적화 메모리 수요 역시 점증할 것”이라며 “AI 경쟁 심화 지속과 저변 확대, 그 과정에서의 컴퓨팅 파워 제고의 방향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기술 효율 개선에 따른 비용 절감은 기술 확산의 전형적인 패턴이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시장의 생각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 이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IB들은 딥시크 모멘트가 오히려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딥시크의 기술이 AI 보급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고사양 GPU가 필요하며, 기술 진보에 따른 비용 하락은 시장 수축이 아니라 폭발적인 확장이 있었다는 기존 컴퓨팅 시장의 교훈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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