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는 나라들, 그들은 왜?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2. 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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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질랜드 타키나카산, 출처-뉴질랜드 관광청]

[이코리아] 지난 1월 뉴질랜드 의회는 타라나키산에 인격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타라나키산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았다. 일각에선 자연의 권리를 인정해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자연권 운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이 제정되게 된 배경에는 영국의 식민 지배가 있다. 1865년 영국 왕실은 마오리족이 왕실에 반역을 꾀했다며 타라나키산의 광활한 지역을 몰수했다. 이후 원주민과 뉴질랜드 정부가 화해하고 화합하려는 노력이 시작되면서 반환되었다.

새로 제정된 법에 따라 타라나키산은 ‘테 카후이 투푸아’라는 이름을 가지며, 지역 마오리 부족 출신 4명과 뉴질랜드 보존 장관이 임명한 4명이 산의 대리인이 된다. 타라나키 부족의 후손인 데비 응가레와-파커는 “우리는 산의 법적 권리를 산의 건강과 복지를 유지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강제 판매를 중단하고, 전통적 용도를 회복하고, 그곳에서 번성하는 토종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보존 작업을 허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연권 운동은 강, 산과 같은 생태계에 인간과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법적 권리를 갖도록 옹호하는 운동이다. 자연권의 목적은 생태계가 번창과 최고 수준의 환경 보호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 이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가지고자 하는 것으로 결국 우리 인권과도 관련이 있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권을 통한 생태계 보호를 추구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2008년 헌법 개정을 톹ㅇ해 세계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에콰도르 헌법은 ‘생명이 재생산되고 발생하는 자연은 생명주기, 구조, 기능 및 진화 과정의 유지 및 재생에 대해 완전한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 공동체, 민족 및 국가는 자연의 권리를 집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에 기재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움직임 외에 ‘생태학살(ecocide)’을 범죄로 규정하고자 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베트남,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생태학살을 범죄로 명문화했으며 유럽연합에선 프랑스가 2021년 처음으로 생태학살이라는 문구를 법에 규정했다.

국제 환경단체 ‘스톱 에코사이드 인터내셔널((Stop Ecoside International)’은 ‘생태학살’을 ‘인간의 행위 또는 기타 원인에 의해 주어진 영토에서 생태계가 광범위하게 손실, 손상 또는 파괴됨으로써 해당 영토에 거주하는 거주자의 평화로운 향유가 심각하게 감소하거나 장차 감소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지난해 11월엔 스코틀랜드에서 생태학살 범죄를 스코틀랜드 법에 도입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법안이 통과되면 스코틀랜드는 2021년 독립 전문가 패널에 의해 ’심각하거나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저지른 불법 또는 부당한 행위‘로 정의된 영국 최초의 생태학적 범죄를 인정한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이 ‘주체’가 되어 권리를 주장한 소송이 몇 차례 있었다. 2003년엔 도롱뇽이 당사자가 되어 고속철도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했다. 2018년엔 설악산에 서식하는 산양을 원고로 지정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 소송을 주도한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은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면 산양이 소음·진동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2003년 당시 대법원은 “우리 법체계에서 자연은 권리가 없다”라며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다양하게 제기된 다른 소송에서도 자연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같은 이유로 각하되었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법원과는 다르게 최근 국회에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려는 모습이 보여 환경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 등 비인간 존재에 법적 권리를 주는 제도다.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고 생태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 특정 생물 종, 생태계, 자연환경 등을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고 도 조례를 통해 구체화하도록 위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의 법적 지위를 제고하는 것과 더불어 동물의 권리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물해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이는 기후·생태 위기 시대에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비인간 존재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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