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자 다올투자증권, CEO 교체로 돌파구 마련할까?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다올투자증권이 새 수장으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선택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에 빠진 다올투자증권의 지휘봉을 잡게 된 임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임 사장은 지난 1987년 쌍용투자증권(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입문한 뒤 기업금융부장과 마케팅본부장을 지내고 2010년 IM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IM투자증권 대표로 취임한 임 사장은 2015년 IM투자증권이 메리츠증권에 인수되기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이후 AJA인베스트먼트 부회장, GB프라이빗에쿼티 부회장 등을 거쳐 2018년 한양증권 대표로 선임됐다.
다올투자증권이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선 이유로는 부진한 실적이 꼽힌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3일, 지난해 영업손실이 7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손실이 21.7% 확대된 것이다. 당기순손실 또한 2023년 114억원에서 지난해 454억원으로 4배나 불어났다.
2021년까지만 해도 다올투자증권은 176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2022년 938억원으로 47%나 줄어들었다. 이후 부동산 금융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경영개선 노력이 계속됐지만, 2023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저금리 시기 부동산 금융을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고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로 평가하면서 당분간 시장 지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신평은 “급격한 금리상승과 부동산PF 환경 악화로 2023년 이후 부동산 금융 부문이 크게 위축되면서 수익 창출력도 저하됐다”며 “경기둔화 우려와 부동산PF 규제환경 강화, 리스크 관리기조 전환, 인력감축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금융 부문의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회사의 수익 창출력도 저하된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은 이어 “부동산PF 환경이 악화되면서 브릿지론 등 고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 저하와 대손비용 확대가 나타났다”며 “ 충당금 적립을 지속해왔지만 부동산PF 관련 추가 대손비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배당금수익도 저조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수익성 회복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다올투자증권으로서는 부동산 금융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올투자증권이 임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택한 이유도 회사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있다. 임 사장은 지난 2018년 한양증권 대표에 선임된 이후 꾸준한 실적 성장을 이끌며 중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
실제 임 사장 취임 직전인 2017년 한양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1억원, 49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1년 처음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고 당기순이익 794억원을 기록하는 등 임 사장 취임 후 빠른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한양증권의 순이익은 2023년 351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35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한양증권의 자기자본 또한 임 사장 취임 전 2689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087억원으로 2배 가량 늘어났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증가할수록 사업 범위가 확장되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만큼, 자본확충은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다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2017년 4903억원에서 2022년 9864억원으로 2배 증가했으나, 부동산 금융 부진 여파로 지난해 말 7761억원까지 다시 줄어든 상태다.
임 사장은 대형사 위주의 기업금융(IB) 시장에서 중소형사인 한양증권을 이끌며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임 사장은 한양증권 대표로 취임한 뒤 핵심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IB 부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채권발행시장(DCM)과 부동산 PF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IB 중심의 수익구조 개선으로 성과를 내면서 6년간 4연임에 성공하는 등 장수 CEO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올투자증권 또한 한양증권보다 자본 규모는 크지만 자기자본이 1조원 미만인 만큼, 중소형 증권사를 이끌며 성과를 낸 임 사장을 영입해 체질개선 및 실적 반등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중소형 증권사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든 반면, 다올투자증권을 비롯해 iM증권, LS증권, SK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거래 및 IB 부문 성장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반면, 부동산 금융 의존도가 높았던 중형 증권사들은 체질 개선이 지연되며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차기 대표로 취임할 임 사장은 악화된 업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
한편, 다올투자증권은 임 사장 선임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 사장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적자의 늪에 빠진 다올투자증권의 새 구원투수로 등판할 임 사장이 한양증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적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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