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성공한 하나증권, ‘6호 초대형 IB’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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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진=하나증권
[이코리아] 하나증권이 지난해 전 사업부문에서 선전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강성묵 대표도 연임에 성공한 만큼, 2년의 임기 내 초대형 IB 인가에 도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420억원, 당기순이익 225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영업손실 3668억원, 당기순손실 2924억원을 내며 적자에 빠졌던 하나증권은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부진에서 빠져나왔다.
하나증권의 지난해 실적 반등은 모든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 덕분으로 보인다. 자산관리(WM) 부문은 해외주식 거래 수익 및 금융상품 거래 증가에 힘입어 수익이 개선됐으며, 기업금융(IB)도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수익이 늘어났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 또한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 수익 증가로 포트폴리오 전반이 안정화되며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전 사업 부문 실적 개선과 본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며 연간 흑자 전환을 시현했다”며 “탄탄한 영업 기반을 구축해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초대형 IB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증권사가 초대형 IB 인가를 획득하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쉬워지는 만큼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유동성 위기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투자증권 등 5곳 뿐이다. 5곳 외에도 초대형 IB 인가 신청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많지만, 지난 2017년 이후 신규 인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6호 초대형 IB’ 타이틀을 획득할 후보로는 하나증권을 비롯해 키움·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초대형 IB 전환과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 인가 신청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 또한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거나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또한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운용 사고로 1300억원의 손실을 입은 뒤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초대형 IB 심사 과정에서는 자본 규모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역량 등도 중요하게 검토하는 만큼, 신한투자증권이 당분간 인가 신청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1조98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한데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초대형 IB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지난 2023년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10월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을 겪으며 경영진까지 교체된 만큼, 인가 획득을 위해서는 내부통제와 관련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지난해 실적은 상대적으로 뒤처지지만 최근 제재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앞두고 부담을 덜어놓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제3차 정례회의에서 하나증권을 비롯해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 9개 증권사에 대한 채권형 랩·신탁 운용 관련 기관제재를 확정했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구분된다. 금융감독원 원안에서는 ‘영업정지’ 처분이 정해졌으나, 이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논의를 거치면서 두 단계 아래인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가 낮춰졌다. 기관경고 또한 중징계로 분류되지만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앞두고 제재 수위가 경감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지난해 말 연임이 확정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쇠도끼도 바늘이 될 수 있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을 강조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끊임없이 노력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을 이끈 강 대표가 2년의 임기 내 ‘6호 초대형 IB’ 타이틀 획득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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