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CEO 선임 혼선 빚은 다올투자증권, 실적 부진 떨쳐낼까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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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다올투자증권

[이코리아] 새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다올투자증권이 황준호 대표 체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전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황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당초 다올투자증권은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임 대표가 한양증권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CEO 선임 과정에 혼선이 빚어졌다.

실제 임 대표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올투자증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유로 해당 결정을 변경하고 한양증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유가 아닌, M&A와 관계된 여러 변수와 현직 CEO로서의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임 대표가 갑자기 다올투자증권 새 대표직을 포기하고 한양증권에 잔류하기로 입장을 바꾼 이유는 한양증권 매각 절차에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학원으로부터 한양증권 지분 376만6973주(29.59%)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KCGI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었으나, 최근 국세청이 KCGI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돌입하면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가 한양증권의 새 CEO로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세무조사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임 대표가 잔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저의 결정에 가장 놀랐을 다올금융그룹 이병철 회장님을 비롯한 임직원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만큼 저는 엄중한 자세로 제 도리를 끝까지 다하고, 재단의 최대 과제인 한양증권의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임 대표의 잔류 결정으로 인해 다올투자증권이 황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올해 실적 개선 전망도 다시 엇갈리는 모양새다. 당초 다올투자증권이 황 대표의 연임 대신 CEO 교체를 결정한 이유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과거 저금리 시기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금리인상이 시작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176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22년 938억원으로 순익이 47%나 감소했다. 실적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난 2023년 황준호 대표가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2023년(-114억원)에 이어 2024년(-454억원)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임 대표 선임은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다올투자증권이 내린 결정이었다. 임 대표는 지난 2018년 한양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후 꾸준히 실적을 성장시키며 중소형 증권사 경영의 달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양증권의 연간 순이익은 임 대표 취임 전인 2017년 49억원에서 취임 후 4년 만인 2021년 794억원으로 16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2023년 순익이 351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394억원으로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새 구원투수로 투입될 예정이었던 임 대표가 한양증권에 잔류하게 되면서, 다올투자증권은 황 대표에게 한 이닝을 더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다올투자증권의 실적 부진을 체질개선을 위한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 2023년 취임 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한편 부동산 PF 관련 위험자산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해 다올투자증권의 적자가 확대된 것 또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45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또한 취임 후 S&T(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 및 리테일금융센터 등을 신설하며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나친 부동산금융 의존도로 실적 부진을 겪어온 만큼 수익구조를 다각화해 경영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다. 덕분에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3년 4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실적 반등에 나서는 듯 했지만,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겹치면서 결국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한편,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황준호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부의할 예정이다. 황 대표 체제를 이어가게 된 다올투자증권이 실적 부진을 떨쳐내고 올해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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