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재용 회장 7년만의 샤오미 방문, 전장사업 강화 포석?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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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샤오미 웨이보 캡처, 뉴시스

[이코리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을 방문해 샤오미와 퀄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및 전기차 시장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2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레이쥔 샤오미 CEO와 린빈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 회장의 샤오미 방문은 7년 만으로, 지난 2018년에는 선전의 샤오미 스마트폰 매장을 찾아 최신 제품을 살펴본 바 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이 아닌 전기차 공장을 직접 방문해 향후 양사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B증권이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샤오미그룹의 지난해 4분기 자동차 및 신사업 부문(매출 비중 15.4%) 매출액은 자율주행차 판매량이 지난해 3분기 3.0만대에서 4분기 7.0만대로 빠르게 늘어나면서 167억3000만 위안(약 3조3806억 원, +72.5% QoQ)을 기록했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샤오미는 2025년 자율주행차 판매 목표를 35만대로 제시했다. 2024년 판매량 13만6000대는 물론 지난해 말 제시한 목표치 30만대를 재차 상향 조정한 숫자"라며 "2월 출시된 SU7 Ultra가 3일 만에 주문 건수가 1만9000대를 넘어섰고, 올해 중순 중대형 SUV YU7 시리즈 출시도 예정돼 있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샤오미는 전기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5배 이상의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평균 200개의 반도체가 탑재되지만,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업체들에게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샤오미가 설계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생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퀄컴과 차량용 디지털 콕핏 솔루션을 위한 OLED 공급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샤오미 전기차에 삼성의 OLED가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의 전장 부문 계열사인 하만과의 협업 가능성도 주목된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솔루션, 차량용 오디오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최근 하만 협력팀을 신설하는 등 전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샤오미, 퀄컴이 ‘전기차 삼각동맹’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서 ‘스냅드래곤 디지털 새시’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기차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이번 샤오미 방문에 퀄컴 CEO와 동행한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만남이 당장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중국산 전장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 삼성과의 협력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회장의 중국 방문은 중국발전포럼(CDF) 참석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중국발전포럼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며 투자 유치를 논의하는 연례 행사로, 올해는 3월 23~2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렸다.

이 회장은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포럼에 참석하며 중국 내 주요 기업인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에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며, 이번 방문이 중국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샤오미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전장 사업을 강화하며 융합적인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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