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괴물 산불에 신음하는 지구촌, FAO의 대응책은?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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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밋 센트럴 누리집

[이코리아]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이어, 최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상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로 번지고 있다. 또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스리랑카, 이베리아 반도 등 세계 각지에서도 봄철 산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세계적인 산불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기후 과학 비영리기구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3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지역 산불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들었다. 보고서는 “3월 21일부터 26일까지 한국과 일본 전역에 걸쳐 계절에 맞지 않게 높은 기온이 나타났고, 이는 위험한 산불 조건을 유발했다."라며 특히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이러한 고온의 가능성을 상당히 증폭시켰으며, 이는 이미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서 산불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부 지역의 일최고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무려 4.5도에서 10도까지 높았으며, 이례적인 고온 현상은 3월 26일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이러한 고온과 낮은 습도는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고, 이는 산불이 더 쉽게 점화되고 빠르게 번질 수 있도록 만든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기후 변화 이동 지수(Climate Shift Index, CSI)’ 라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전라남도, 경상남도, 부산, 울산, 대구 등 남부 지역에서는 CSI 수치가 5까지 도달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CSI 5가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이 발생할 가능성이 최소 5배 이상 높아졌다는 점을 의미하는 사례로,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가 이례적 기온의 주요 원인임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의 선임연구원 케이틀린 트루도(Kaitlyn Trudeau)는 “많은 지역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 고온은 마른 지형을 위험한 산불 연료로 바꿔놓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를 휩쓴 산불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기후센터는 산불 자체의 발화 원인은 전기 설비나 사람의 부주의일 수 있지만, 그 산불이 크게 확산되는 요인으로는 대기 중 수증기 부족 등의 요인이 작용했다고 짚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서부 지역의 화재 날씨 조건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으며,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추세는 남반구와 아시아에서도 관측되었다. 올해 2월 스리랑카의 엘라(Ella)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조기 건기와 건조한 초목이 겹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과거에는 초지와 조림지에 국한됐던 불길이 최근에는 자연림까지 번지고 있으며,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지와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브라질 판타나우 습지에서 산불 시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44만 헥타르 규모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이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500헥타르 이상)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확산 속도가 과거보다 2.0~8.3%가량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연료 건조화와 식생 밀도 변화가 확산 가속의 주요 원인"이라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NASA 누리집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위성과 기후 데이터를 통해 지난 21년간 산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산불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미, 러시아 등의 북방 침엽수림과 미국 서부의 온대림에서 급증세가 두드러졌다.

또한 화재가 발생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예전에는 여름철에 집중되던 산불이 봄과 가을로 확장되며 연중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NASA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는 1980년 이후 가장 덥고 건조한 해를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5개월간 이어진 산불은 6억4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FAO(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산림·기후 팀장 에이미 두셸(Amy Duchelle)은 지난 1월 U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산불 발생 이후 진압(suppression)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산불이 시작되기 전에 이를 막는 ‘예방’ 중심의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산불의 강도, 빈도, 지속 시간이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산불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기후위기를 가속시키고, 다시 산불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산불은 더 이상 특정 계절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며 “기후변화로 ‘화재 시즌’이 사실상 연중화되고 있는 만큼, 교육과 인식 개선, 인프라 설계, 지역사회 참여 등 ‘전 사회적 대응’이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FAO는 세계 각국에 ‘통합 산불관리(Integrated Fire Management)’ 체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황 분석(Review), 사전 위험 제거(Risk reduction), 메뉴얼과 자원 마련(Readiness), 산불 발생 시 효과적 대응(Response), 인프라와 생태계 회복(Recovery)의 5단계로 이루어진 ‘5R 전략’을 제시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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