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권 밸류업 경쟁 속 한국금융지주 나홀로 침묵... 이유 있었네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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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투자증권

[이코리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 금융권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는 밸류업 계획 발표를 미루며 주주환원에 미온적인 대응을 보여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보다 성장을 통해 자기자본수익률(ROE)을 키우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이익비율(PER) 낮은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IR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발언은 당장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배당보다 성장’이 실질적인 밸류업이라는 한국금융지주의 입장은 최근 주주환원율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대비된다. 지난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금융권은 앞다퉈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 및 구체적 실현 방안을 제시해왔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사와 BNK·iM·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사를 비롯해 비은행지주사인 메리츠금융까지 8개 지주사가 모두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태다.

증권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밸류업 공시 1호인 키움증권을 비롯해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율 50%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5대 대형 증권사 중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곳은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 한국투자증권뿐이다.

금융권의 주주환원율 또한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4대 은행지주사의 지난해 결산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34~39% 수준으로 전년 대비 1~5%가량 상승했다. 비은행지주사인 메리츠금융의 경우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이 53.1%에 달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9%포인트 증가한 것인다.

주주환원율은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을 더한 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수치대로라면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준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2023년 이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이를 2년째 지키고 있다.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빅5’ 중 하나인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주주환원율을 무려 59.4%에 달한다. 역시 5대 증권사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39.8%, 34.8%, 31%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27% 수준으로 다른 금융지주사 및 증권사 대비 매우 낮은 편이다. 배당성향 또한 수년째 2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열린 정기 주총에서도 밸류업 계획과 관련된 안건은 논의되지 못했다. 최근 금융권의 공격적인 밸류업 흐름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한 투자자는 김남구 회장의 주총 발언에 대해 “주주환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니 꿈 깨라는 소리로 들린다”라며 “매년 듣던 소리라 새롭지도 않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자본금이 1년 만에 1조원이나 증가했는데 주주환원은 언제쯤 신경 쓸 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소극적인 주주환원은 경영승계 때문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지난 2019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김 회장의 장남 김동윤씨는 현재 한국금융지주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승계를 위해 지분을 추가 확보하려면 굳이 주주환원을 확대해 주가를 부양할 이유가 없다. 실제 한국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지난 20년간 50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주가는 약 2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국금융지주는 배당보다는 성장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실질적인 밸류업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보험사 인수를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꾸준한 호실적 덕분에 실적이 성장하고 있지만, 보험사를 보유한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성장 속도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스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하지만 낮은 주주환원율로 불만이 높아진 주주들에게 사업 확대를 위해 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곱게만 들리기는 어렵다. 배당 대신 성장을 선택한 한국금융지주가 주주들을 설득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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