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덕수 대행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 언론 평가는?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4. 19:47
728x9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한 대행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서도 ‘위헌적 월권행위’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매체에서는 불가피한 결단이라며 한 대행의 결정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안가회동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 언론 “韓 아닌 尹 인사” 의문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한덕수’와 ‘헌법재판관’을 함께 검색하자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총 148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한 대행이 후보자를 지명한 8일 가장 많은 550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고,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 키워드는 ‘이완규 법제처장’이었다. 한 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곧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는데, 이 가운데 이 처장은 내란 사태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79학번) 동문이자 사법연수원(23기) 동기로, 지난 12·3 비상계엄 다음날 안가 회동에 참석한 4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각별한 만큼 이 처장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언론의 기사량도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은 한 대행이 이 처장을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8일 기사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은 최근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며 “윤석열 대선캠프 법률팀에서 활동한 뒤 이번 정부 들어 법제처장을 지낸 ‘원년 멤버’로 윤 전 대통령과 분리해 평가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그는 비상계엄 이튿날인 12월 4일 밤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회동한 뒤 휴대폰을 교체해 ‘내란 증거를 인멸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법률 해석을 내놓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겨레 또한 9일 기사에서 “그가 12·3 비상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참석한 ‘삼청동 안가 회동’은 임박한 내란 수사를 앞두고 범죄 사실 은폐와 추후 법률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공모의 장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일찌감치 낙점해두고 있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며 “그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두고 ‘한덕수의 인사가 아닌 윤석열의 인사’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8~11일 보도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헌재 구도 고려한 지명 강행? 진보에서 보수로 무게추 기울어…

이완규·함상훈 두 후보자 모두 보수 성향의 인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 헌법재판소의 균형이 보수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9일 기사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하면서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헌재 기능 마비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헌법재판소의 보수·진보 구도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헌재는 지난 9일 임기를 시작한 마은혁 재판관을 포함해 진보 5명, 중도 2명, 보수 2명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고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 구도는 보수 4명, 중도 2명, 진보 3명으로 바뀌게 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주장대로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을 지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될 경우 헌재는 ‘보수·중도 4, 진보 5’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의회 권력을 민주당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견제’를 고려한다면, 한 대행이 탄핵 압박을 감수하더라도 재판관 지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이날 기사에서 “진보 성향 재판관 후임을 한 대행이 무리하게 임명하면 헌재의 보수적 색채가 짙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새 정권이 들어선 뒤 개혁입법을 하려고 해도 헌재에서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한 전직 재판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는 서울’이라는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로 좌초됐던 일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목된 이완규 법체저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회 몫은 임명 거부, 대통령 몫은 지명… 언론, “모순된 행보로 혼란 가중” 비판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자 언론은 비판적인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가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했으면서 대통령 몫의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일 사설에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절차적·형식적 권한”이라며 “하지만 한 대행은 지난해 말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당시 한 대행이 제시했던 논리는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대통령 고유 권한’ 운운하며 형식적 ‘임명권’조차 행사하지 않았던 한 대행이 이제 와서 실질적 인사권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몫 재판관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한 대행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형국”이라며 “한 대행의 모순적 행보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더 어지럽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행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다시 탄핵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겨레는 9일 사설에서 “내란을 저지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자마자, 그 대통령의 최측근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는 것을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나”라며 “대선을 무리 없이 운영해야 할 책임을 지닌 한 권한대행의 기습적인 헌법재판관 지명은 가뜩이나 지친 국민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도대체 무엇이 아쉬워 윤석열의 조력자가 되어 길이길이 역사에 오명을 남기려 하는가”라며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 계속 거부한다면 ‘내란 동조자’로 또다시 탄핵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한 대행의 기습 지명이 대통령 고유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 질서를 흔든 행위라는 것”이라며 “이완규 법제처장 지명은 절차 위법 논란도 넘어섰다. 내란 수사선상에 있는 그가 헌법을 최종 해석하는 재판관이 되는 것 자체가 헌재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한 대행은 자격도 염치도 없고 위헌적인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을 사죄하고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끝까지 민심과 엇가면, 한 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고 또 한번의 탄핵소추 화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덕수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지명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일부 매체, “헌재 파행 막기 위한 결단” 韓 옹호 목소리도...

일부 매체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정쟁의 대상이 됐다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에서 “작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이 벌인 헌재 갈등이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라며 “헌법재판소가 정당 간 전쟁터가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민주당과 국힘은 헌재 앞에서 앞다퉈 릴레이 시위·회견을 하고 장외 집회도 열었다. 시위대와 유튜버들은 헌법재판관 실명을 거론하며 신변 위협을 했다”라며 “민주당은 재판관 임명을 막거나 임기를 마음대로 늘리는 법안을 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찬반론이 있다고 한다 … 그런 점에서 법적·정치적 숙의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민주당이 한 대행 등 내각에 대한 줄탄핵까지 예고하는 것은 지나치다. 헌법재판관 탄핵은 더욱 안 될 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는 9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경우와 달리 탄핵으로 파면돼 ‘궐위’인 상황에서는 권한대행의 임명권에 제약이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하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측근인 이 처장 카드를 꺼내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민주당은 한 대행이 6·3 대선 이후 국회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민주당이 장악하지 못하게 ‘알박기’를 했다고 반발한다”며 “그렇다고 이 위중한 시기에 ‘내란 세력’ 운운하며 정쟁을 키우는 듯한 모습도 국민 눈에는 곱게 비칠 수 없다. 민주당은 두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합당한 자격을 갖췄는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의 후보자 지명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일보는 8일 사설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잠정적 지위인 만큼 권한이 소극적으로 행사돼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당연히 온전한 권한행사가 필요하다”라며 “헌재가 또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고, 장기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게 옳다. 작은 정파적 이익보다 나라를 위한 큰 선택을 하는 게 민주당을 위해서도 낫다”라며 “민주당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해도 한 대행이 임명하는 데 문제없다 … 민주당이 반대하는 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해 헌재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