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싱크홀의 원인 '노후 하수관' 서울에만 3300km...해결책은?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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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 지반침하현황 통계, 출처-지하안전정보시스템]

[이코리아] 최근 서울에서 잇따른 싱크홀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강동구 명일동에서 깊이 20m에 달하는 대형 땅 꺼짐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흔한 싱크홀의 원인으로 ‘하수관 손상’을 지목한다. 노후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이 지반을 침식시키고, 그 아래가 비워지면서 결국 땅이 꺼지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 중 원인이 확인된 84건 가운데 ‘하수관 손상’이 32건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서울 지하의 하수관 상당수가 이미 수명을 초과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서울시 하수관로의 55.5%는 설치된 지 30년이 넘었고, 이 가운데 30.4%는 50년 이상 된 ‘초고령’ 하수관이다. 눈에 띄지 않는 노후 인프라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수관의 노후 기준은 어떻게 따질 수 있을까. 「지방공기업법」에서 회계 처리 시 사용하는 내구연한 기준에 따르면, 강관이나 주철관은 30년, 플라스틱 재질인 PVC나 PE관은 20년으로 규정돼 있다.

실제로 노후가 진행될수록 파손 위험도 급격히 커진다. 일본의 한 조사에 따르면, 설치한 지 10년 미만인 하수관에서 파손 발생률은 약 7%에 불과하지만, 60~70년 된 하수관은 48%까지 치솟는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손상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싱크홀 사고가 반복되자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2014년부터 실시한 지반 탐사를 기반으로 지반 조건, 지하 시설물, 침하 이력 등을 종합 평가한 후 땅 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지도는 부동산 가격 등 사회적 파급력을 우려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지도는 내부 관리용일 뿐이며, 공개 시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지하공간 정보를 총망라한 ‘지하공간 통합지도’도 있다. 이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014년부터 진행해온 전국 단위의 지하공간 지도화 사업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지속해서 수정·갱신 중이지만, 싱크홀 예측 기능은 포함돼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활용해 싱크홀 위험을 예측할까? 확인을 위해 서울시에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와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재 매년 약 2000억 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로 100km를 교체하고 있지만, 50년이 넘은 하수관로는 무려 3300km에 달한다. 이론상 모든 노후 하수관을 정비하는 데만 33년이 걸리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비 보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노후 하수관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잦아 하수관 등 지하 인프라의 안전성과 유지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하수관 관리 정책은 ‘예방 정비(Preventive Maintenance)’가 핵심이다. 이에 하수관의 설치와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자 요금으로 회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하수관 수명 50년을 기준으로 잡고 있지만, 수명이 다하기 전에도 정기적인 CCTV 조사와 내부 부식도, 파손 여부 등 구조적 진단을 시행하여 살핀다. 현재 국토교통성이 중심이 되어 지하공간 3D 모델링도 시범 도입 중이다.

도쿄는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해 하수관의 위치, 설치 연도, 재질, 손상 이력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하수도국이 관리하며, 주거 지역 및 사유지의 하수관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이용자는 시스템 사용 전에 이용 약관에 동의해야 하며, 일부 정보는 제한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한편, 도쿄 역시 지반침하 위험도를 평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별도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나 시민 불안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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