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난해 증권사 민원 제자리걸음... DB·하이 민원 급증, 왜?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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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증권사 민원건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증권사 금융민원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3년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증권사 민원건수는 5130건으로 전년(5097건) 대비 33건(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금융민원이 8만7113건에서 9만3842건으로 7.7%(6729건) 증가했는데, 은행(43.8%), 중소서민(30.6%) 등 증가폭이 컸던 다른 업권에 비해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증권사들이 금융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고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민원 관리에 힘쓰고 있음에도 좀처럼 민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실제 증권사 민원건수는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실제 코로나19 직전 3년간 증권사 민원건수는 2017년 1990건, 2018년 2249건, 2019년 2749건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었으나, 2020년 4849건으로 76.4%나 급증했다. 이후 증권사 민원은 2021년 5182건으로 5000건을 돌파한 뒤 2022년 509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다시 5130건으로 늘어났다. 

 

증권사 민원이 5000건대로 늘어난 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투자 열풍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주식투자자들을 증권사 거래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한 종목의 상장일에 ‘따상’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마비되는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면서, 관련 민원이 급증했다. 실제 지난 2022년 IPO가 70건으로 전년(89건) 대비 19건 줄어들자 민원건수도 소폭 줄어들었다.

 

2023년 증권사별 활동계좌 10만좌당 민원건수. 자료=금융감독원

 

증권사별로 봐도 이 같은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활동계좌 10만좌 당 민원건수가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DB금융투자(9.4건)와 하이투자증권(9.0건)으로 각각 전년 대비 840.0%, 52.5% 증가했다. 두 증권사는 모두 지난해 상반기 전산장애 사태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DB금융투자의 경우, IPO를 단독 주관한 바이오인프라의 상장일인 지난해 3월 2일 오전 배정받은 공모주를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몰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DB금융투자의 지난해 민원은 1만4910건으로 이 가운데 1만3813건이 전산장애가 발생한 1분기에 접수됐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해 2분기에만 590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진영의 코스닥 상장을 단독 주관하며 IPO 시장에 2년 만에 복귀했으나, 상장일인 지난해 6월 1일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5분간 거래가 지연돼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민원을 줄이고 주식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제도 정비와 증권사의 자체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전산장애 과태료 내부실무기준을 개정하면서, 부과 방식을 ‘포괄 부과’에서 ‘건별 부과’로 변경했다. 건별 부과 방식을 적용하면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과태료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관련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지난해 전산운용비로 지출한 금액은 8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당국과 증권사의 노력이 올해 금융민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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