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사진은 2017년 기획재정부 차관보 재임 시절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농협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로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추천했다. 탄핵 정국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보다는 내부 출신 인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다시 관 출신을 선택한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앞서 농협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이 전 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66년생으로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승진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2018년 12월까지 34개월간 최장수 차관보로 일하며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다. 그 뒤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경상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쳐 2021년 10월 금융감독원 기획·보험 담당 수석부원장에 임명됐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선은 교체가 확실하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늦게 발표된 편이다. 실제 이석준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과 계열사 인사 등을 두고 갈등을 거듭해온 데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에서도 대형 금융사고로 인해 행장이 교체된 만큼 연임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이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만큼, 이번 계엄·탄핵 사태로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서 이 회장도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지난 10일에는 이 회장이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임추위는 지난 20일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는 등 6개 계열사 대표 인사를 발표했으나, 지주 회장 후보는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결정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만큼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해왔다. 실제 지난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후 신충식 초대 회장과 6대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하면 2대 신동규, 3대 임종룡, 4대 김용환, 5대 김광수 전 회장을 비롯해 7대 이석준 현 회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 인사였다.
하지만 최근 탄핵정국이 계속되면서 정치적 혼란 속에서 관 출신 인사를 또 영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과 박규희 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 등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농협금융은 다시 관료 출신을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이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시 금감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최근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수시·정기검사를 진행하면서 중앙회의 인사개입 등 지배구조 관련 이슈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지난 3월 7일 강호동 중앙회장 취임과 동시에 농협금융지주·은행·증권 등에 대한 수시검사를 시작하는 등 금감원이 중앙회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게다가 농협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올해 6건, 430억원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에 휘둘리며 내부통제 부실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이미 금감원은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끝내고 배임·횡령 관련 제재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과 관계 개선이 절실한 만큼 내부 출신보다는 금감원 출신인 이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기재부 차관보로 일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물론 향후 정권 교차 시 새 정부와의 소통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내정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낸 강호동 중앙회장과 마찬가지로 PK(부산·경남) 출신인 만큼,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할 적임자로도 여겨진다.
한편, 이 내정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대상으로 공식 취임은 내년 2월로 미뤄질 예정이다. 이 내정자가 내부통제 강화, 중앙회 및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 등 농협금융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실적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반도체 전망] 신기술이 수요 견인, 15% 이상 성장 예상 (3) | 2024.12.30 |
---|---|
제주항공 동체착륙 참사, 보상금 규모와 시기는? (1) | 2024.12.30 |
역대급 고환율 속 옥석 고르는 투자자들, 강달러 수혜주는? (0) | 2024.12.27 |
생물 다양성 지키기에 앞장서는 국내 기업들 (2) | 2024.12.27 |
신세계, 알리바바와 손잡은 이유 있었네 (1) | 202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