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부동산 PF 리스크, 신용평가사의 판단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8.
728x9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갑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권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번지기 시작한 긴장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자칫 이번 사태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경제위기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반면, 금융권이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이후 급속도로 증가해 3년 만에 42조원이 불어났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44조2000억원, 43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연체율이 각각 0%, 1.11%로 낮은 수준이다. 반면, 보험사를 제외한 제2금융권의 경우 잔액 규모는 적어도 연체율이 높아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으로 은행·보험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연체율은 무려 13.85%나 된다. 저축은행(9조8000억원)과 상호금융(4조7000억원)부동산 PF 연체율이 각각 5.56%, 4.18%로 높은 편이다. 

 

특히 증권·캐피탈사 등의 경우 브릿지론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아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다. 브릿지론은 사업 진행 전 토지 매입 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한 고금리 단기 대출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 진행이 되지 않으면 본PF로 전환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0조원 중반이며, 그 중 브릿지론이 약 30조 원, 본PF가 약 1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건산연은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다룬 PF 만기연장비율은 브릿지론 70%, 본 PF는 50% 정도”라며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향후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 밖으로 매우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산연은 이어 분양 대금이나 토지 공매 등 회수금액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PF 최대 부실 가능 규모는 70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 위기가 금융권의 경착륙((Hard Landing)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월부터 가동 중인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질서있는 부실정리가 가능하다”라며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만기연장이 되도록 함으로써 선순위 채권자가 독단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키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또한 브릿지론 만기연장으로 시간을 버는 동안 부동산 PF 충격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 중이다. 지난해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은 총 1조7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한편 9월말까지 8조244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해 흥국생명 채권 사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단기간에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나신평은 “경착륙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금융당국이 즉각 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미 알려진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고, 예측할 수 있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나신평은 “현실은 동화가 아니므로 모두가 행복하게 끝날 수는 없다. 과도한 위험투자를 했으나 유상증자와 충당금 적립을 할 능력이 부족한 일부 금융회사는 손실확대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라며 “금융회사는 유상증자와 충당금 적립을 통해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