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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홈플러스사태 낳은 MBK식 경영, '감시자'가 필요하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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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MBK파트너스의 과거 투자 실패 사례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MBK는 거액의 대출을 통해 기업을 인수한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고배당 정책을 펴는 등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훼손시켜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은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네파, 영화엔지니어링 등 다른 인수 기업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원 대의 거액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이후 재매각이 지연되며 재무 부담이 급증했다. 특히 MBK는 인수 과정에서 2조 2000억 원을 블라인드 펀드로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후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의 점포 등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켰다.

이러한 자산 처분과 재무 악화로 인해 홈플러스는 2024년 기준 부채비율이 1408.6%로 급증했으며, 총차입금은 5조 4620억 원에 달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결국 신용등급이 'D'로 하락하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유통업계는 MBK가 주도한 잇따른 자산 처분이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역시 MBK파트너스의 인수 후 경영 악화를 겪은 대표적인 사례다. 네파는 2013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되기 전까지 한 해 1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던 우량 기업이었다. 그러나 인수 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며 2023년 당기순손실 1054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MBK파트너스가 네파를 인수할 당시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보다는 고배당 정책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총 833억 원의 배당금을 받아냈으며, 심지어 실적이 악화된 2017~2021년에도 204억 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MBK파트너스가 2009년 1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도 경영 악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의 인수 후 무리한 해외수주를 진행하며 운전자금이 소진되었고, 원청기업의 플랜트사업 수익성 저하로 유동성이 악화되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MBK파트너스는 2017년 회사 지분을 496억 원에 매각하며 손실을 기록했다.

MBK는 또 2008년 케이블TV 기업 씨앤엠을 인수하며 방송업계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 고용 유지와 노사 상생을 약속했지만, 2011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AS 및 설비 분야를 하청 구조로 전환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2014년에는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이 해고되었으며, 이는 매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을 낳았다.

MBK의 씨앤엠 매각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운영을 위해 설립한 KCI(국민유선방송투자)는 채권단 손에 넘어가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MBK의 무리한 기업 운영이 방송산업 생태계를 교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MBK파트너스의 경영 방식은 무리한 대출을 통한 기업 인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자산 매각, 고배당 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사례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희생하며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방식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1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사서 비싸게 팔아 차액을 남기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고 자본시장에도 어차피 있어야 되는 존재이긴 하나 그들이 직접 경영을 했을 때 문제가 지금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금융당국이 좀 더 철저한 감시가 필요할 것 같다. 사모펀드가 새로운 기업을 M&A할 때 보통 블라인드 펀드와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로 자금을 마련하는데,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LBO의 경우 자기 돈이 아니다”라며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기업을 매입해 차액을 안겨서 파는 구조인데, 이 돈을 차입할 때 이제 뭔가 금융당국의 철저한 규제가 있어야 되겠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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