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무등록 하도급업체에게 마감공사를 맡겼다가 서울시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 공고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무등록업체에게 공사를 맡겨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서울시로부터 2023년 11월 8일 과징금 2192만7000원을 부과받았다.
불법 하도급이 적발된 현장은 충남 아산시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으로, 효성중공업은 아파트 마감 공사를 구조물해체비계공사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무자격자에게 하도급을 맡긴 경우 영업정지나 하도급금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처분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12일 집행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 과징금에 대한 처분 효력은 정지된 상태다.
건설 현장에 불법하도급은 빈번히 적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6년간 불법 하도급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총 970건의 불법 하도급이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되지 않은 현장을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이 ‘무등록 하도급’이다. 자료에 따르면 무등록 하도급은 6년간 657건이 적발되었는데 이는 전체 불법하도급 적발 건수의 약 68%에 달한다. 그 결과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이에 건설사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이상 건설사의 경우 공사 종류별 협력업체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어 무자격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디지털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하도급 업체는 마감공사를 위한 석공사면허는 가지고 있었지만, 고층 작업을 위한 비계공사면허가 없었던 것”이라며 “대부분 두 개 면허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하도급을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시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을 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 명확한 해명을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서울시 측은 계약 과정에서 두 개의 면허를 모두 확인하지 않은 효성중공업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효성중공업이 서울시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다른 사업 입찰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벌점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송 중엔 과징금과 벌점 처분이 모두 뒤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벌점의 유효기간은 2년에 불과해 만약 소송이 길어질 경우 건설사가 패소하더라도 과징금만 물면 된다”며 “벌점이 쌓였을 때 경쟁입찰에서 받는 감점 등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공사실적 부진으로 지난 5년간 매년 하락세에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2위(2019)에서 계속 떨어져 2023년도엔 41위로 전년도에 비해 3계단 하락했다.
시평 순위 하락은 공사실적 평가액이 줄어든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년도 공사실적 평가액은 9000억 원 안팎이었는데 2022년도에는 6730억 원, 2023년도에는 5700억 원으로 떨어졌다.
벌점이 쌓여 경쟁입찰에서 떨어지게 되면 시평 순위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시평 순위는 건설사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지표이기 때문에 수주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형 공공입찰에서는 건설사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평 순위 마지노선을 20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당사도 억울한 부분이 있어 행정소송 진행중이다."라며 "구체적인 사유는 소송중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효성중공업 누리집에 기재된 양동기CEO의 인사말에는 “ESG경영에 매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준높은 결과물을 만들려면 하도급 관리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시공자재 품질이 떨어지거나, 비숙련공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게 된다면 결국 부실시공으로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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