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기상할증 자동화'에 분노폭발한 라이더들 왜?

CCTV상에서는 비가 내리는데, 기상청 예보에는 비가 예보되지 않아 기상할증이 적용되지 않은 사례. 11월 16일 조합원들이 캡쳐해서 배민에 항의했다. 자료=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최근 배달의 민족의 '기상할증 자동화' 시스템이 배달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또 이들 노동자들은 취소수수료 조정도 일방적으로 삭감됐다며 규탄하고 있는데, 임금노동자처럼 ‘불이익 변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4일 운수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임의적인 임금삭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물류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은 지난달 27일부터  눈이나 비가 올 때, 기온이 영하 5℃ 이하나 영상 33℃ 이상인 경우 배민 라이더에게 배달료를 추가 지급하는 '기상할증'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이전에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통해 할증 여부를 설정해야 했으나,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따라 기상청 자료를 받아 눈·비 등이 올 때 단건은 1000원, 알뜰배달은 500원의 배달료가 자동으로 할증이 적용된다. 하지만 라이더유니온지부측에 따르면 자동적용 시스템은 실제 기상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부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16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은 비가 내렸지만 기상청 예보는 비 소식이 없어 기상할증이 적용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제보는 서울·충북·김포·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11월 중 9차례나 됐다.

 

또 배민이 지난 10월 30일 배민 앱 공지를 통해 ‘가게 도착 후 주문 취소 시 취소 수수료 도입 안내’를 통해 취소수수료를 1500원으로 공지한 것도 논란이다. 지부는 "공지에서는 마치 없던 배달료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처럼 공지했다"며 "종전에는 ‘배달료 전액’을 지급했는데 일방 삭감됐다. 이는 배민이 정한 약관을 스스로 어긴 행위"라고 꼬집었다. 

 

배민의 배달약관 제17조(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및 부당한 처우 금지)의 ④항에 따르면 「“위탁자”는 “수탁자”의 업무수행과 무관한 사유의 주문취소 또는 변경, “위탁자”의 귀책 등 “수탁자”의 귀책에 의하지 않은 손해를 “수탁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만일 “수탁자”의 업무수행과 무관한 사유로 “이용자”가 주문 취소 또는 변경 등을 진행하여 수행 중인 배달 업무가 취소될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사전에 합의된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되어 있다. 사전에 합의된 수수료란 배민이 배달노동자에게 배달을 제안할 때의 수수료를 의미한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은 스스로 정한 약관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데, 배달플랫폼이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대로 근무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이 사태의 핵심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경우 노동자의 처우를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배달산업에서도 배달기업의 일방적인 변경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민 라이더 등과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기상할증 자동화는 라이더를 위해 보다 정확한 할증 운영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으로,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일부 기상할증 오류에 대해서는 교섭대표노조와 보상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할증 자동화는 가게도착 후 주문취소 또한 라이더가 직접 요청해야하는 기존 방식 대비 라이더 편의를 크게 개선하는 자동지급 형태로 고도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배달료는 배달수행 완료를 대가로 지급받는 것이 원칙이며, 배달 완료 이후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배달료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며 "가게도착 후 주문취소 수수료는 현재 배달의민족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라이더들이 이런 입장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민측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플랫폼 노동자와의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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