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포스코그룹이 현직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규정인 이른바 '셀프 연임' 혜택 규정을 폐지했다. 현직 회장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이 최근 3억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인 걸로 알려지면서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없애는 내용을 포함한 네 가지 사항에 대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첫째, 회장 선임 절차에 공정성을 보다 강화키 위해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폐지하고,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한 ‘승계카운슬’도 자연스럽게 폐지되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가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후추위에서 발굴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후추위’는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을 회장 후보들의 자격심사에 반영한다.
셋째,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을 구체화 하고 사전 공개해 대외적인 투명성을 더욱 강화한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으로는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Integrity/Ethics 의 5가지 항목으로 구체화하고,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 5가지 항목에 대한 상세 기준도 공개할 예정이다.
넷째, 실력 있고 유망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육성과 공정한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이사회 산하에 ‘회장 후보군 관리위원회(가칭)’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내 회장 후보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내부 후보군과 주주추천 및 서치펌을 통해 추천받은 외부 후보군을 상시 발굴하고 관리해 예측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후보군 Pooling은 매년 1회 실시한다.
관심은 최정우 현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이다. 지금까지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들보다 먼저 단독으로, 즉 더 유리한 조건에서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되고, 현직 회장도 다른 후보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심사를 받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된다.
'셀프 연임'이 없어지면 다른 후보와 동등하게 경쟁해야 해 현직 회장의 특혜는 사라지지만, 최 회장이 차기 경쟁에서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기 초기부터 최 회장이 신성장사업의 핵심 축으로 밀고 뚜렷한 실적을 보여준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업적 때문이다. 원료 확보부터 최종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기까지 전 밸류체인을 구축한 공이 크다. 최 회장이 포스코퓨처엠의 전신인 포스코켐텍 출신인 것도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빠른 결단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소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배터리업체 고객사를 확보해 현재는 보유한 수주잔고만 100조원 이상에 이른다.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소재 사업의 지속 성장으로 분기마다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포스코퓨처엠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371억 원, -54.6%)에도 프리미엄급 배터리소재 판매 확대로 최대 매출(1조2858억 원, +22.1%)을 기록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배터리 소재 벨류체인의 시작점인 원료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음극재 소재인 흑연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최정우 회장은 당초 사규에 따라 만료 3개월 전까지 진퇴 의사를 밝혀야 했다. 하지만 바뀐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최 회장이 직접 거취 표명 여부를 밝히지 않아도 3연임 출마의 길이 열리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그렇게도 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8년 7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은 2021년 연임에 성공해 5년 5개월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만약 최 회장이 3연임 도전에 나선다면 이는 포스코의 2000년 민영화 이후 첫 사례가 된다.
다만, 현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다는시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32조1000억 원으로 집계돼 재계 순위 5위에 올랐다. 포스코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산 재평가가 이뤄졌고, 2차전지 소재 계열사들의 자산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5대 그룹은 기업에겐 특별한 의미다. 대통령과 경제계와의 간담회나 국가적인 행사에서 통상 이 순위에 따라 의전이나 자리 배치 등이 정해진다. 하지만 포스코는 재계 순위 5위인데도, 최 회장은 올해 재계 신년인사회와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매번 배제됐다.
한편 최 회장은 포스코의 창립자인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한 지난 11일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장내 매수했다.
경영 일선에 물러나는 전문 경영인의 경우 통상 보유한 자사주를 매각하는 전례가 많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전 부회장은 인사 발표를 앞둔 지난 11월 21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2000주를 전량 처분한 바 있다. 이에 최 회장이 연임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21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자사주 700주 매수는 개인투자 목적이며, 박태준 명예회장 묘소 참배는 매년 가시던 일정”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현재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시점임을 고려해 주요 그룹사 사장단 인사와 포스코홀딩스 임원인사는 추후 시행할 예정이다.
O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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