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韓기업, 글로벌 금융기관 투자 배제 50%↑ 급증,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2.
728x90

전 세계 가장 많은 금융 기관에서 투자배제된 상위 10개 기업. 자료=금융 배제 추적기(Financial Exclusion Tracker)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전 세계 금융기관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기관의 투자 배제를 기록하는 ‘금융 배제 추적기’(Financial Exclusion Tracker) 2024년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기업 배제 건수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45개였던 한국 배제 기업 수가 올해 223개로 78개나 늘어난 것이다.

금융 배제 추적기는 민간 은행의 책임 투자 등을 감시하는 네덜란드 시민단체 뱅크트랙(BankTrack)을 비롯한 세계 여러 단체가 연합해 집계하는 데이터베이스로 매년 말쯤 업데이트 현황을 발표한다.

투자 배제(exclusion)란 각 금융기관이 책임투자 차원에서 각자 정한 기후, 인권 기준에 미달하는 회사를 일부 또는 전체 펀드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뜻한다. 책임 투자 분야에서 주주 관여와 위임 투표가 기업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여 바뀌도록 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방식이라면, 투자 회수(divestment)나 투자 배제는 주주의 적극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의 가치가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최후 수단이다.

금융 배제의 주요 사유는 온실가스 배출, 무기 생산,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17개국 93개 금융 기관이 총 135개국 5536개 기업 집단을 투자 배제했으며,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배제된 기업 수는 약 6만 6708개에 달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투자가 전체 배제 사례의 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뒤이어 무기(15%), 담배(13%), 국가 정책(6%) 등이 주요 배제 사유로 꼽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160개 기업으로 가장 많았으며, 2위는 중국으로 852개, 3위는 인도로 341개, 4위는 캐나다 290개, 5위 러시아 283개였다. 한국은 기업 집단 기준으로는 99개로 순위는 낮았지만 시가총액 대비 배제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을 투자 배제 대상으로 삼은 금융기관 역시 총 103개로 지난해 대비 21개가 증가했다. 한국 기업들이 배제된 사유로는 무기 생산(41.7%)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기후(26.3%), 담배(7.5%), 인권(6.9%), 사업 관행(6.7%), 환경(3.3%) 등이 꼽혔다.

한국의 223개의 투자 배제 기업 가운데 최소 30개가 넘는 다수의 투자기관에서 배제된 회사의 경우도 지난해 8개에서 올해 11개로 증가했다. 특히 풍산(93개 기관)과 LIG넥스원(85개 기관)이 가장 많은 투자기관으로부터 배제되며,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풍산은 집속탄 등 비인도적 무기 생산이 주요 배제 사유로 지목됐다. LIG넥스원은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배제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기아, HD현대중공업, 고려아연, 포스코홀딩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30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배제되었으며, 이 중 11개는 기후 및 환경 요인을 주요 사유로 들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23년 사이 네덜란드의 자산운용사인 로베코(Robeco)를 비롯한 최소 15곳의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홀딩스와 그 자회사를 기후 위기 대응 관련 우려 등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로베코(Robeco)는 포스코홀딩스를 ‘기후 기준 미달’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자회사는 ‘석탄화력발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로 올해 투자 배제 리스트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뱅크트랙의 요한 프리진스 대표는 “금융 배제 사례는 해당 기업의 추가적인 위험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강조하며,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투자 결정 과정에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기후솔루션의 박현정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기후, 환경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이슈를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결과가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