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마이크론 채용 라이브챗, 출처-마이크론 누리집]
[이코리아] 대한민국 인재 절벽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가 절실한데, 고급 국내 인력이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최근 반도체 장비업체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경력직 면접을 진행했다.
12월에는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 일부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했다. 마이크론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졸업 예정자 및 석ㆍ박사를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당일 면접도 진행하고, 신입사원 현장 채용도 진행했다.
업계는 마이크론이 한국인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의 기술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한다. 마이크론은 HBM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현재 세계 최초로 5세대 HBM3E를 양산하고 있는데, 현재 5% 수준인 HBM 시장점유율을 내년에는 20%대까지 끌어올리려면 인재 수급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의 파격적인 인재 영입 조건도 화제다. 10년 차 이하 직급도 HBM 경력만 있다면 20만 달러(약 2억 9000만 원)의 연봉을 보장하며, 책임급에 수억 원대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 지원, 이주비 지원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인재 확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저출산·고령 문제는 첨단 산업 기술력의 원천인 인재풀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2022년 210만 명이었던 18∼21세의 대학생이 2040년에는 119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있는 인재도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도 -0.30명을 기록했다. 이는 10만 명을 기준으로 AI 인재 0.3명이 순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주요국들은 자국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본은 해외 고급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2012년부터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고도인재 포인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23년 4월엔 ‘특별 고도인재 제도(J-Skip)’를 도입해 학력 또는 직력과 연수입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고도 전문직의 재류 자격이 부여되어, 「특별 고도 인재」로서 우대 조치를 인정받도록 했다.
해외 인재의 배우자에게는 일정 분야에서 경력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주 28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있다. 또, 세대 연수입이 3000만 엔(한화 약 2억8천만 원)이상인 경우,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2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출입국 시 공항 내 우선 레인 사용이 가능도록 하는 등 우대 혜택을 더했다.
일본 정부는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정착시키는 더 주력하고 있다. 일본어에 익숙한 유학생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취업센터를 직접 운영하여 유학 생활 초기부터 취업 상담, 인턴십 지원에 나서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을 돕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중 일본에서 취업한 학생의 비중은 40%(2020년 기준)에 달한다.
이러한 특별우대 혜택은 일본에서 체류하는 전문인력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인력(경영자·기술자·교수 등 13종 직군) 비중은 26.3%로 한국(6.0%)의 4배가 넘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AI 분야 우수 대학·연구기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로, 석·박사 해외 유학생 의존도가 3분의 2로 높다. 컴퓨터·과학 분야 미국 유학생 비중은 2021년 이미 박사 68.6%, 석사 65.2%에 달하며, 그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학위를 마친 유학생이 최대 36개월간 임시 취업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주는 프로그램(OPT)을 제도화해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의 82%~92%가 졸업 후 첫 5년간 미국에 남아 일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인재 양성전략 회의’에서 ‘첨단 산업 해외 인재 유치·활용 전략’ 발표하면서 우리 기업의 첨단 산업 인재·기술 확보 속도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첨단 산업 분야 글로벌 Top 100 공대 석·박사 출신 수석 엔지니어급 대상으로 ‘K-Tech Pass 프로그램’ 신설하고, 오는 2030년까지 총 1천 명의 해외 인재 유치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대상자에 한해 입국·체류·취업 제한이 대폭 완화된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입국 후 1년 경과시 장기체류(5년)와 자유 이직이 가능한 거주 비자(F-2)로 전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대상자 자녀에 대해서는 외국인학교 정원 외 입학 허용, 기존 2억 원으로 제한된 외국인 전세대출 한도를 내국인 수준인 5억 원까지 확대하는 등 정주 여건도 개선했다.
그러나 인재들에 대한 대우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를 국가 핵심기술로 생각한다면, 인재들에 대한 대우도 해외에서 제시하는 수준에 맞춰 해줘야 한다”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반도체를 국가적 핵심사업으로 삼겠다고만 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연구자는 3만 명 이상, 일본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각각 3000명, 2000명 이상이다.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은 “향후 우리 첨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인재 절벽에 부딪힐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해외 인재 유치와 활용이다.”라고 조언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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