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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초 회사채 시장, 불안 속 대규모 자금 유입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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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NH투자증권

[이코리아] ‘연초 효과’가 올해 주요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부에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적·금융적 불확실성이 겹친 가운데 단기물 중심의 투자와 정치 안정화 신호는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초 효과란 매년 1월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면서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연말 동안 금융기관들이 규제비율 준수와 결산 등의 이유로 자금 집행이 제한되며 비수기로 간주되는 것과 대비된다. 연초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으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계절적 흐름이 존재하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우량등급 회사채(AA-)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는 0.69%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0.58%포인트였던 격차에서 크게 벌어진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달 27일부터 신용스프레드는 5거래일 연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율 불안정 등 대내외 변수도 채권 시장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크레딧 시장에서도 연초 효과가 어느 정도 발현될 가능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선 시장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신용채권의 절대금리 메리트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러한 금리 환경은 신용채권 투자에 부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말 신용스프레드의 반등으로 수익률 대비 채권 가격(Yield Ratio) 측면에서는 다소 여력이 생겼으나, 과거 흐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또 최근 국내외에서 확대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 차이는 신용채권 시장에서 경합 관계를 형성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초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촘촘하게 몰려있는 우량물간 갭 확대(통상 더상위 우량물의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거나) 또는 우량-비우량물간 갭 축소(통상 비우량물의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양상으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주 본격적인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과 함께 여전채와 회사채 모두 신용 스프레드 축소가 예상된다”며 “2024년 상반기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우호적인 자금 수요를 확인하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됐었다. 2025년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확보가 가능한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연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코와 대상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모았다.

포스코(AA+/S)는 지난 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000억원 모집에 3조465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돼 발행액을 1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강업종은 전방수요 둔화 및 중국 철강업체의 시장 교란 등으로 수익성 저하 추세를 보여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압력이 존재하는 업종에 속하는 상황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포스코에 이어 지난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상(AA-/S)도 1700억원 모집에 1조3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돼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탄핵정국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세해 전반적인 기업실적 저하폭이 커질 수 있고 신용등급 하향 압력 우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거둔 긍정적 성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주관사단 확대 전략을 통해 국내외 불확실성을 사전에 상쇄하고 미매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이번 포스코 회사채 발행의 경우 주관사와 인수단을 포함해 총 11곳의 증권사가 참여했으며, 이는 연초라는 계절적 특성과 포스코의 우량 신용등급(AA-)이 결합된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발행에서 기존 포스코그룹 계열사의 채권 발행을 담당했던 NH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에 더해,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이 새롭게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키움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목표로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며 기업금융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또, 인수단에 포함된 대신증권은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회사채 발행 부문에서의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이번 발행은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롯데건설만이 6곳의 증권사를 동원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당시 건설채 투자 기피 현상과 낮은 신용등급(A+, 부정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이번 포스코 발행은 연초라는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우량 등급의 기업이 나선 덕에 보다 유리한 발행 조건을 확보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 수요예측 결과를 평가하면, 시장은 투자심리가 일방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업황과 재무완충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면서 수요예측에 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후 수요예측 물량도 사업실적과 재무구조를 아우른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다면 포스코와 같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율 상승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속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 지원에 나섰다.

앞서 신용보증기금은 지난달 31일 한국산업은행,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신용도는 양호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견기업이 '적격 기관 투자자 시장', 즉 QIB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QIB 제도는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투자위험 관리능력이 충분한 적격기관투자자 간 거래를 전제로 발행절차를 간소화한 발행 방식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중견기업연합회가 유망 중견기업을 추천하면 신보는 추천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해 보증심사를 한 뒤, 원리금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산업은행은 QIB 시장을 통한 회사채 주선, 인수, 투자를 담당하게 된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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