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이재명 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언론 평가 ‘극과 극’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3. 31.
728x9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언론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문제라는 주장과 사법부가 진영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목소리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 與 “대법원 파기환송할 것” 확신 vs 野 “재판 결과 승복하라더니 말바꾸나” 비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과 ‘공직선거법’, ‘항소심’ 등을 함께 검색하자,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총 250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재판이 열린 26일 가장 많은 1248건의 기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대표 무죄 선고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대법원’이었다. 이는 검찰이 2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데다, 여당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항소심 법원이 피고인 발언을 일반 선거인이 받아들이는 내용과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며 27일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26일 “허위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는지 법조인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 가면 반드시 파기환송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28일 2심 판결에 대해 “일반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선 무슨 말인지 해독할 수 없는 난수표였다”며 “대법원의 신속한 파기자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재판 전 이 대표에게 판결에 승복할 것을 요청해놓고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를 비난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이 대표의 유죄를 확신한듯 ‘2심 판단에 승복하라’고 큰소리 치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늘은 또 말을 바꾼 것 같다”며 “바로 어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법원 판결에 승복하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법원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더니 무죄가 나오자마자 재판부를 공격했다”며 “앞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6~28일 보도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관련 기사의 연관 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치보복, ‘무죄’ 선고 자초

한편, 이번 항소심 결과를 두고 언론의 반응은 두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일부 매체는 이번 무죄 선고에 대해 이 대표에 대한 정치보복에 나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자초한 결과라고 평하고 있다.

한겨레는 26일 사설에서 2심 재판부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고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자판기’ 판결을 했던 1심과 달리,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으로 ‘인식’을 처벌할 수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교유행위’라는 희한한 말을 만들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백현동 관련 발언도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국정감사 도중 나온 답변에서 꼬투리를 잡은 것”이라며 “애초에 검찰이 대선 낙선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이처럼 집요하게 수사·기소한 것 자체가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또한 27일 사설에서 “검찰은 제1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 제거를 위한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라며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 대신 사생결단식 대결 문화가 뿌리내린 배경엔 정치화한 검찰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2심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재판부를 비난하는 여당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리적 상식을 가진 법관이라면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며 판사들의 정치 성향을 의심했고, 한동훈 전 대표도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껏 높였다”며 “‘이재명 유죄’만 외친 국민의힘 입장에서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 선고까지 부정하면서 사법부 불신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선거판 거짓말 천국 될 것” 사법부 정치진영화 우려도...

반면, 사법부가 정치인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줬다며 비판하는 매체도 적지 않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발언은 “주관적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장동 비리라는 대형 사건의 책임과 직접 관련된 문제”라며 “판결처럼 단순히 ‘주관적 인식’이라고 일축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서도 “2심은 이것이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했다. 협박 여부가 어떻게 의견 표명이 될 수 있나”라며 “2심은 또 이 발언이 이 대표가 한 ‘행위’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죄라고 했다 ... 그렇다면 용도 상향의 결정권자가 용도 변경을 해주고 나중에 문제가 되자 있지도 않은 ‘협박’ 때문에 해줬다고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궤변처럼 들리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앞으로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는 사문화될 것이고 우리 선거는 거짓말 천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 판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며 ‘사법의 진영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일보는 “별다른 사실관계의 변화가 없음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 판결이 정반대”라며 “‘사법의 정치화’ 조짐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젠 판사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판결이 통째로 뒤바뀌는 ‘사법의 진영화’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이어 “판사의 정치·이념 성향이나 소속 모임, 심지어 출신 지역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는 ‘기교 사법’에 대한 우려는 몇 년 전부터 점증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맘대로 판결’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를 믿지 못하게 된 이런 상황은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 언론, “李, 대선주자 입지 강화된 만큼 책임정치 나서야”

한편, 2심 무죄 선고로 사법리스크를 덜게 된 이 대표에게 격화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정 혼란을 수습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27일 사설에서 “2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이 대표 대선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며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가 강화된 만큼 그에 걸맞게 책임의식도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단순한 제1야당 대표 역할이 아닌 나라와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며 “국정 발목 잡기 대신 민생과 국정 안정에 방점을 둔 국회 활동과 탄핵심판으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또한 27일 사설에서 “당장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대표는 정치적 면죄부에 만족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논란은 이 대표의 설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차기 대선주자인 이 대표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배경에는 중도층의 의구심이 크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정치 지도자에 걸맞은 언행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