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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위, 대부업 규제 강화...효과를거두려면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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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출처-뉴시스]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을 척결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부업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반사회적 대부계약’ 유형 중 하나로, 초고금리 대부계약을 원금과 이자 전부 무효 처리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히 마련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연 환산 이자액이 원금을 초과하는 경우(연이율 100% 초과)를 ‘악의적 초고금리 계약’으로 보고, 대부계약 자체를 무효로 규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금융 관련 법령에서 초고금리를 이유로 원금·이자 전부를 무효로 하는 첫 사례다.

기존 「민법」은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 폭행·협박 등 반사회적 행위에 기반한 계약을 전부 무효로 간주해왔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이자율만으로도 계약을 반사회적 행위로 간주해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세대부업 난립과 그에 따른 불법 영업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 등록 요건도 대폭 강화했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은 개인 기준 기존 1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법인은 5천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간 자본 요건이 없었던 온라인 대부중개업자에 대해서도 기준이 새로 마련돼, 온라인은 1억 원, 오프라인은 3천만 원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온라인 대부중개업자에 대한 보안 조치도 강화된다.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전산 자료 침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가 부과되며, 금융보안원을 통한 보안 점검도 의무화된다.

이 밖에도, 불법사금융 신고 절차와 서식이 새롭게 마련되었고, 대부업체의 광고 금지 대상에 불법 사금융예방 대출(구 소액 생계비 대출), 최저 신용자 특례 보증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을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칫 자금공급 위축을 불러와 금융소외 계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격한 이자율 상한제가 도입되면, 리스크가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사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일본 삿포로대학의 이다 다카오 교수는 일본이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최고금리를 인하한 결과, 일본 GDP에 최소 6조 엔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최고금리를 29.2%에서 20%로 인하한 이후 합법 대부업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서민 대출도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불법사금융 이용 사례가 증가하고, 저신용자들은 더 높은 금리나 불안정한 조건의 비공식 채널에 의존하게 됐다.

독일은 일정 기준 이상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사전에 법률로 금리를 제한하지 않지만, 법원이 사후적으로 무효나 감액 판결하는 ‘사후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 법원은 시장 평균 금리 대비 2배 이상일 경우, 금리뿐 아니라, 대출자의 궁박한 상황(실직, 긴급한 의료비 등)을 악용했을 때 무효 처리되거나 이자 감액 판결을 한다. 실제로 2020년 9월 독일 소비자 대출 회사인 Consors Finanz와의 대출 계약에서 연 이자율 13.49%가 책정된 사례에 대해 독일 법원은 “시장 평균 대비 과도한 이자율이며, 차주의 매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 부도덕한 거래”로 판단해 계약을 무효화하고, 차주가 원금만 상환하도록 판결했다.

[사진-스파카슨(Sparkassen)’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이런 제도는 청년층이나 이민자, 신용점수가 낮은 계층이 고금리 비공식 채널로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독일은 ‘스파카슨(Sparkassen)’ 같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저축은행을 제도화해 금융소외 계층이 불법 대부업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저축은행은 저신용자, 저소득층, 중소기업 등 시중은행이 꺼리는 고객도 가리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내 자금을 다시 지역 내 대출로 순환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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