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선물은 되고 현물은 안되고, 비트코인 ETF 중개 논란 왜?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16.
728x90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일괄 승인했다. 이 소식이 11일 오전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금융당국이 금지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당국이 이날 오후 늦게 금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증권가도 혼란에 빠졌다. 키움증권은 이날 오후 4시경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한다고 공지했다가 곧 삭제했다. 미래에셋·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 중단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혼란은 금융위가 14일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뒤에야 수그러들었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선물 ETF와 달리 현물 ETF의 국내 중개거래를 금지한 이유는 두 상품의 차이 때문이다. 비트코인 선물 계약에 투자하는 선물 ETF와 달리 현물 ETF는 운용사가 실제로 비트코인을 시가에 맞춰 매입해 보유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는 롤오버 비용이 없고 운용보수가 저렴하며 비트코인 가격과의 괴리율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고 시장조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도 가진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4조 10항은 기초자산을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수산물, 광산물, 에너지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아직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에 비트코인 현물을 담은 ETF의 중개거래는 국내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설령 금융당국이 중개 거래를 허용한다고 해도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이 아니라 선물계약을 중개하는 것인 만큼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를 허용했다가 국내 증시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이탈할 것을 우려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자마자 이틀 만에 77억 달러가 거래돼 높은 투자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CNBC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현물 비트코인 ETF의 미국 시장 거래로 그동안 가상화폐에 접근하지 못했던 많은 대형 자산 관리자들이 주요 가상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올해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500억 달러에서 최대 1천억 달러(약 13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거래를 허용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며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금투세 폐지 추진 등에 나선 상황에서 증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당장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것.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금융당국의 금지 방침에 대한 반발 여론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거래 중인 상품인데, 세계적인 추세를 우리나라만 거스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투자 기회를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라며 “향후 필요시 당국의 입장을 일관되고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