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인 버스회사의 적자보전을 위해 쓰인 세금이 정작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수익창출원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준공영제는 버스의 소유·운행은 각 버스업체가 하되, 요금조정·운행관리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하면서 운영에 따른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민간의 경영방식은 유지한 채 노선입찰제, 수입금 공동관리제 및 재정지원을 통해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현재 버스준공영제는 서울특별시 및 경기, 인천, 부산·광주·대전·대구광역시, 제주 등에서 시행 중이다. 문제는 준공영제라는 버스 재정 보조방식이 사모펀드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전국 각지에서 버스운영회사를 매입해 온 운용사로, 2019년 서울시 운수사 한국비알티(BRT)와 인천 운수사 명진교통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인천·대전·제주도 등지에 위치한 버스회사 약 19여곳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가 각각 1,000대 이상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인천에서는 사모펀드가 운용 버스의 30%에 달하는 부분을 점유하는 등 사모펀드의 버스 산업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모펀드에 매년 지급되는 손실지원금의 규모도 엄청나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약 2조원 이상의 재정이 준공영제 시행지역에서 버스운송사업자에게 연간손실지원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늘어가는 지원금에 지자체들의 준공영제 부담도 커지다보니 결국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이 서울시는 2020년 1천705억 원에서 2023년에는 8천915억 원으로 약 5.2배, 인천시는 같은 기간 1천906억 원에서 2천816억 원으로 약 1.5배 늘었다. 재정지원금이 예산을 초과하면서 지자체들이 은행에서 대출받는 바람에 버스 요금이 인상되기도 했다.
게다가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지원금이 운수업체에 지급되고 있지만, 재정지원금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한 관리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2022년 국정감사에선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천 버스회사를 인수한 후 차고지를 팔고, 매각 비용 57억원 대부분을 펀드에 배당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 차파트너스가 소유 중인 인천의 9개 업체에선 회사가 적자여도 연간 순이익의 100∼600%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올해 말 차파트너스가 서울·인천·대전 시내버스 운수사 10곳 경영권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의 준공영제 버스 산업 진입 문제점은 지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사모펀드가 차고지 등 자산을 매각하고 대금을 배당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버스 준공영제 도입 및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국토부는 ▲기존 차고지 매각에 따른 공차와 충전거리 증가로 발생하는 연료비 증가분은 정산에서 제외 ▲차고지 개발·매각 시 관할관청과 사전협의 ▲차고지 매각 등에 따른 처분이익 발생 시 과도한 배당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할관청의 방안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오윤성 입법조사관은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추후 발생 가능한 문제 등을 검토해 필요시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보완·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고지 매각에 대해서는 시장·도지사가 금지명령을 내려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사업자가 개선명령과 보고·검사 등을 불이행하는 경우 재정지원을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21대 국회에서 사모펀드의 노선 여객 운수사업의 양수 및 운영에 대하여 감독관청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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