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의 깜짝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MG손해보험 인수전이 결국 유찰로 마무리됐다. MG손보 인수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메리츠화재의 시도가 잠정 중단됐지만, 오히려 경영정상화에 드는 막대한 비용부담을 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6일 MG손보 매각 재공고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고 밝혔다. 예보는 “매각주관사, 법률자문사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유찰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MG손해보험의 대주주는 95.5%의 지분을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JC파트너스이지만, 지난 202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예보의 관리를 받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MG손보 매각을 시도했으나, JC파트너스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에 따른 사법리스크와 부실한 경영상태 및 건전성 악화 등의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이번 4번째 매각 시도에서는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외에도 대형 손보사인 메리츠화재가 참여해 보험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결국 유찰로 마무리됐다.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전 참여가 예상 밖이었던 만큼, 향후 메리츠화재가 지속적으로 MG손보 인수를 추진할지 업계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G손보의 매각이 번번이 무산된 데는 사법리스크나 인수가격뿐만 아니라, 인수 후 경영정상화에 들어갈 대규모의 비용 부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올해 1분기 기준 52.1%(경과조치 전 42.7%)로 금융당국 권고(150%)는커녕 보험업법 상 기준(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손보업계 평균이 224.7%(경과조치 전 2161.%), 메리츠화재가 226.9%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적 또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G손보는 지난해 연결 기준 8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자본규모 또한 1903억원으로 전년(7109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악화한 수익성과 건전성을 개선하고 경영정상화에 나서려면 자본확충이 절실한데,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예보가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를 고려해도 단기간 6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메리츠화재가 이러한 부담에도 MG손보 인수에 나선 것은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업계 선두와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9977억원으로 ‘1조 클럽’ 입성에 겨우 23억원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1위 삼성화재(1조3144억원)과의 격차는 3167억원으로 전년 동기(3987억원) 대비 800억원 가량 감소했다. 2위 자리는 DB손보(1조1241억원)에 내줬지만, 지난해 연간 순익에서는 오히려 앞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덩치를 키워 상위권 경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MG손보의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6774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메리츠화재(10조4687억원)의 CSM은 단숨에 11조원대로 불어나 DB손보(12조1524억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된다.
메리츠화재는 이미 지난 1분기 3723억원의 신계약 CSM 확보를 위해 약 4740억원의 사업비를 지출했다. 약 2~3000억원의 인수 가격을 내고 6774억원의 CSM을 확보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계리적 가정 논란으로 손보사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MG손보의 CSM을 있는 그대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MG손보 인수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더라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 무산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예보는 향후 수의계약을 통한 MG손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순위 역전을 노리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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