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해 마지막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조속히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고 양형기준도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방문규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47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산업기술의 보호를 위해서는 유출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회의이다. 산업부는 이번 회의에서 2024년 중으로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장 중심의 실행 가능한 계획’을 목표로 경제안보 강화, 기술패권경쟁, 신흥기술의 출현 등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 속에서 우리의 기술보호체계와 제도, 그리고 정책 전반을 검토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또 △실태조사 확대 △국가핵심기술 현행화 정례 추진 △기술안보포럼 운영 확대 등을 통해 현장밀착형 정책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현재 산업기술 유출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인 산업기술보호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해당법은 처벌 구성 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벌금을 현행 15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상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도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한 것이 골자다.
방 장관은 또 현재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양형기준이 법정형 대비 낮다고 지적했다. 방 장관은 “수십조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도 초범이라는 이유, 또는 단지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거나 형량이 대폭 감경되는 상황은 앞으로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징역’이지만 양형기준은 1년∼3년6개월로 법정형보다 낮다.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경우 5년 이상 징역과 20억 원 이하 벌금을 같이 부과하도록 돼 있다.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은 '중형'으로 처벌토록 규정되어 있는 만큼 주요국에 비해 절대 약하지 않은 형량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산업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무죄율이 높고 피해 규모에 비해 실제 적용 형량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18~2022년 동안 산업기술 해외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약 26조원에 달하지만, 실형 선고는 단 9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실이 특허청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건수는 총 84건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산업기술의 약 3분의 1(31건)은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국가핵심기술로 집계됐으며,
산업별로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반도체 29건으로 가장 많은 기술유출이 있었다.
이장섭 의원실이 확보한 법원의 판결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155명이 법원에 접수된 가운데 같은 기간 동안 △실형으로 이어진 사람은 9명 △무죄 선고는 29명 △집행유예가 36명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의 산업스파이 처벌 사례는 어떨까.
이들 국가들은 첨단기술에 대한 해외투자, 인수합병, 인력이동 등에 의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경제 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 in USA)’을 통해 국가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간첩죄’로 여겨 징역 최대 20년, 추징금 최대 500만 달러(약 65억 2500만원)로 처벌하고 있다.
일본은 앞서 2016년 1월 개정 영업비밀법령을 시행해 일본 내에서 불법으로 얻은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더라도 처벌받게 했다. 외국으로 영업비밀을 빼돌리는 행위를 국내 유출보다 강하게 처벌하도록 했고, 위반행위 벌금도 최고 10억 엔(약 91억 1470만원)이다. 판결이 나기 전 영업비밀 침해를 강력히 제재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반도체 기술 경쟁국인 대만만 해도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경제간첩죄’를 적용하고 있고, 반도체 인력의 중국 대륙 취업을 금지할 정도다.
영국 지식재산청은 지난 2004년 영국지식재산범죄그룹을 신설해 매년 기술유출 방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또 2020년 국가보안 및 투자법(NSIA)을 제정해 국가가 정한 일정한 요건에 충족되는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의무 신고 위반 시 최대 기업 매출액의 5%, 혹은 1000만파운드(약 1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한편, 산업부는 양형 기준을 최소 3년 6개월~5년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핵심기술 유출자에 대해서는 3년이상 징역형에 처하게 돼 있지만, 양형기준은 1년~3년 6개월이어서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양형위원회는 지난 8월 기술 유출범죄 양형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내년 3월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내년 상반기에 무역기술안보 전략을 마련하고 하반기에 산업기술보호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산업기술보호종합계획은 3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체 4건, 자동차 3건, 생명공학 5건의 국가첨단전략기술·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수출 및 해외 M&A 승인이 이뤄졌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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