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가 1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 이커머스인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파페치는 2007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후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여 개국 이상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온라인 럭셔리 기업이다.
쿠팡은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인기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로 파페치는 비상장 회사로 전환된다.
이번 파페치 인수로 4000억 달러(약 52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연 매출 3조 달러(약 3898조 2000억 원)의 파페치는 최근 과도한 인수·합병(M&A)으로 5억 달러(약 6496억5000만원)의 자본조달이 없다면 파산 위기라고 보도한 바 있다.
파페치는 지난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해 개장 주가 27달러(약 3만5073원)로 거래된 이래 파페치의 시장 가치는 2021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명품 쇼핑이 호황을 누리면서 230억 달러(약 30조원)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회사가 계속해서 규모를 키우며 간접비가 급등하고,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둔화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달 파페치가 최근 분기 실적 발표를 연기한다는 발표로, 파페치의 주가는 한때 사상 최저치인 60센트까지 폭락했다. 이번 주에는 시가총액이 2억3800만 달러(약 3092억 원) 이하로 쪼그라들어 공모 이후 주가가 97% 이상 하락했다.
신용 평가 회사인 무디스는 재정 상황에 대한 심화된 우려를 이유로 이번 달 파페치의 등급을 정크 영역에 깊숙이 있는 Caa2로 낮췄다.
파페치는 쿠팡이 파페치의 사업 자산을 인수하는 거래 덕분에 자본금 5억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파산에 대한 대안을 얻게 됐다.
5억 달러는 투자회사인 그린오크스(Greenoks) 캐피탈 파트너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능한 브릿지론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Inc 창업자 겸 CEO는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기업로서 꾸준하고 사려 깊은 성장을 추구하는 한편, 세계에서 가장 독점적인 브랜드들에게 가장 높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네베스 파페치 창업자 겸 CEO는 “존경받는 포춘 200 기업과 파트너가 되어 감격스럽다”면서 “쿠팡의 입증된 실적과 상거래 혁신에 대한 깊은 경험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고객뿐만 아니라 파페치의 브랜드 및 부티크 파트너에게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줄 것”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범석 쿠팡 의장이 이 시점에서 파페치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쿠팡의 파페치 인수 결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기업 가치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후 주가가 대략 66% 가까이 하락한 상태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쿠팡 주가는 19일(현지시간) 기준 1.92% 상승해 16.46달러로 마감했다.
일각에선 명품 플랫폼을 통해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의 물류 혁신과 파페치의 럭셔리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노린다는 것이다. 또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은 파페치의 회사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조사업체 디지털 커머스 360(Digital Commerce 360)에 따르면 쿠팡은 100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순위인 글로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데이터베이스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페치는 30위다.
디지털 커머스 360은 18일(현지시간) “이미 한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은 국내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명품 시장에서 파페치의 영향력으로부터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며 “2023년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소비자 지출은 1인당 연간 325달러(약 42만2175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파페치 인수 이후, NGG 등 비주력 자산 매각 등을 진행하면서 본업 경쟁력을 확대하고자 노력할 것으로 당사는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의 파페치 인수가 국내 유통시장에 의미하는 바는 쿠팡이 국내 비즈니스를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에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는 최근 대만 등 해외 진출 본격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는 쿠팡으로 인해 국내 유통 시장 경쟁 환경이 과거처럼 과열되는 일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해, 국내 유통 사업자에게 긍정적 이슈라 판단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저 투자 열풍, 기대만큼 성과 나올까 [전문가 진단] (2) | 2023.12.21 |
---|---|
산업스파이 처벌, 한국은 '솜방망이' 미국 등 주요국은 '철퇴' (1) | 2023.12.21 |
발등의 불 '탄소국경세'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대응은? (1) | 2023.12.20 |
직방금지법 갈등, 정부의 역할은? (1) | 2023.12.20 |
미국 유럽발 높아진 무역장벽에 대응하려면? (0) | 2023.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