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직방금지법 갈등, 정부의 역할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3. 12. 20.
728x90

 

[사진-직방,다방,한국부동산협회 CI,출처-직방,다방,한국부동산협회 누리집]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두고 긴장하고 있던 ‘프롭테크’ 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 여야가 오는 21일 심의·의결할 예정이었던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화해 징계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IT와 결합된 부동산 서비스를 뜻한다. 직방·다방 등이 대표적이다.

 

‘직방금지법’으로도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임의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격상 및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 부여, 협회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든 공인중개사가 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또한, 협회가 회원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받아, 전세사기에 개입·연루된 공인중개사를 징계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공인중개사협회가 회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사기나 부정한 방법 등 무질서한 중개행위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어려움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한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국내 공인중개사와 관련된 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현재 개업 공인중개사의 90% 이상인 11만 명이 가입되어 있다. 협회 측은 “법정단체 격상을 통해 협회에 단속권이 부여되면 중개사의 전세사기 개입 등을 더 빨리 파악·신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프롭테크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플랫폼 소속 중개사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개정안이 자신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 협회가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프롭테크 업체 관계자는 “협회는 프롭테크 기반의 혁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고소고발을 해온 바 있다”면서 “(개정안 통과 시)결국 이 피해는 소비자들에 비용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도 법 개정안에 부정적이다. 지금도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지자체가 협회의 협조를 받아 불법 중개사들을 충분히 지도·단속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협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가질 염려가 있다면서 국토부에 의견을 제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에 일부 공인중개사도 가담하면서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데 이런 상황에서 협회에 권한을 부여하는 게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지 의문”이라며 “프롭테크 업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이 회기중 상정되지 않아 폐기될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법안심사소위가 올해는 없지만 내년에는 있을 수도 있다”면서 “내년에 여야 합의를 통해 일정을 잡아봐야 한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같은 산업을 두고 기존 업계와 플랫폼 업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타다는 ‘불법 콜택시’라는 이유로 기존 택시업계에 의해 소송에 휘말렸다. 이후 타다 등 차량 대여 사업 규제를 강화한 ‘타다금지법’도 생겼다. 그러나 타다 측은 법원에 의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규제로 인한 산업 후퇴의 대표적인 예로 평가받고 있다.

 

‘로톡’ 역시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에 대해 광고규정 위반 이유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하자 법무부는 징계처분 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9월 26일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하지만 법조계는 양측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변협측이 “법률플랫폼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변호사는 징계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형 상담·시술을 원하는 사람과 병원을 연결해주는 ‘강남언니’ 앱의 경우, 대한의사협회는 강남언니의 성형 비용 공개 등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진료경험·만족도 등 단순 이용후기 게시를 의료광고로 보지 않고 허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강남언니’ 등 의료정보 플랫폼을 활용한 신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소비자와 의료기관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의료시장의 공정 경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2023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자꾸 불거지는 신·구 산업의 갈등에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온다. G마켓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는 “국회나 정부 등에서 나서서 타협의 장을 만들고 기존 업계 종사자들의 손해를 막는 방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 기업을 경쟁상대로 인정해 시장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전문직 서비스 분야에서도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의 국내 진입과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막을 수 없다면 기존 사업자도 플랫폼을 만들어 다수의 플랫폼이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해 국내 업체만의 강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효경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