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고수온이 유지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24일 '폭염(고수온) 재난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고수온 위기경보 중 '경계' 단계를 발령했고, 7월 31일에는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특히 제주는 7월 31일 고수온 경보(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 이후로 같은 상태가 4주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산과학원이 지난 26일 발표한 해양자료속보 '한국 연안 수온정보'에 따르면 지난주(2024.08.17~08.23) 남해의 관측치는 29.2도였다. 남해는 통영(영운), 여수(화산), 제주(용담) 지역이다. 그 중 제주의 지난주 관측치는 전주보다 0.2도 오른 30.2도로, 전년(28.2)보다 2.0도 높았으며, 평년편차(25.7도)는 4.5나 차이가 났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홈페이지 예보·속보에 매일 한반도 주변 수온·위성영상사진을 게재한다. 28일자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위성이 관측한 오늘의 수온 영상 사진을 보면 제주 인근 바다가 여전히 28도 이상 고수온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상기후로 인해 제주 지역의 산업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과거에 비해 커지고 있다는 정부기관의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이슈노트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평균 기후위험지수(CRI)는 기준기간 0에서 최근기간 1.73으로 커졌고, 특히 제주의 지수 상승이 뚜렷해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기후위험지수(CRI)를 16개 시도별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보고서는 이상고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5가지 요인을 구성해 최근기간(2001~2023년) 기후위험지수를 추정하고, 이 지수를 기준기간(1980~2000년)과 비교했다.
이상기후 현상은 제주와 강원이 타 지역에 비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평균 CRI를 보면 강원이 2.59로 가장 컸고, 제주가 2.32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은 전국 평균(1.73)을 크게 상회했다.
CRI 구성요인별로 보면 제주는 이상고온과 강수량, 해수면 높이 등에서 지수 상승이 뚜렷했다. 특히 해수면 높이(0.99)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985~2023년 동안 제주는 해수면 높이(19㎝)가 타 지역 평균(11㎝)보다 8㎝ 더 높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이상고온 CRI(0.85)는 강원(1.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기준기간에는 이상기후가 산업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기간에는 이상기후 충격이 산업생산 증가율을 1년 뒤 약 0.6%포인트(p) 정도 하락시켰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최대 1.1%p 하락)과 건설업(최대 0.4% 하락)에 영향이 컸다. 또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물가상승 지속성이 과거에 비해 더 길어진데다,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 물가 상승분의 약 10% 정도는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이미 지난 6월 '2024년 고수온·적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제도적 기반 강화 △사전 예방 및 홍보 강화 △현장 중심의 신속한 재난 대응 △복구 및 경영안정 지원 △중장기 대책 연구 등 분야별 전략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 강화를 위해 예비특보와 특보를 구분해 운영하고 예비특보 기준 수온을 완화하여 관리요령 숙지 등 어업인의 사전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 또 사전 예방 및 홍보를 위해 양식수산물 조기출하 유도, 대응장비 지원, 권역별 현장 설명회를 추진하고 정기적으로 적조 예찰을 하며 적조 명예감시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난 발생 시에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국립수산과학원과 지자체에서 현장대응반을 구성한다. 어업인이 신청하는 경우 양식생물 긴급방류 조치도 지원하며 피해 발생 시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피해복구와 어류 폐사체 처리 등을 통해 피해 어가의 신속한 경영 재개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 연산호의 폐사가 확인되면서 이상 기후와의 연관성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산호탐사대는 최근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섶섬과 문섬, 범섬, 송악산 일대 수십 10m 내외에 서식하는 연산호를 확인한 결과, 다수의 개체가 폐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산호 군락은 바다숲과 같이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 산란처, 먹이원을 공급하는 제주바다의 주요 기초생태계이다.
파란과 산호탐사대에 따르면 연산호의 기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쳐지다가 결국 탈락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지는 개체도 다수 확인되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검붉은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등 이상 현상은 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연산호 녹아내림과 경산호 백화현상 등 산호 이상 현상을 확인한 곳은 서귀포 섶섬 큰한개창 일대, 문섬 북쪽면 한개창과 꽃동산 일대, 범섬 본섬 앞, 송악산 직벽 동쪽해안 등이었다.
이들은 "정부는 고수온 위기경보 상황에 따라 비상 대책반을 설치하여 운영하며 양식품종에 따른 관리요령 안내, 피해 상황 접수, 액화 산소 발생기 등 필요 물품을 보급하는 등 고수온 대응활동을 펼치지만, 수산업 관리 측면에서의 대응일 뿐, 자연 상태의 광범위한 해양생태계 영향에 대한 대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산호의 이상폐사 현상이 확인되고 있는 서귀포 앞 바다는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442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자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문섬 등 주변해역 생태계보전지역이다. 연산호 군락의 우수한 보전가치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정작 고수온, 저염분수의 유입으로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연산호 군락의 피해현황을 조사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시일 내에 수온이 점차 낮아진다면 이상현상은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파란과 산호탐사대는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와 같은 이상현상이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산호종의 회복 속도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결국 산호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추후 산호생태계의 변화상을 더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올해 나타나는 이상현상에 대한 시급한 조사(산호종, 수심, 수온, 염분, 피해분포 등)와 기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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