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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딥페이크 성범죄 기승, 해외 딥페이크 처벌 입법 현황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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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데이터스택'이 제작한 딥페이크 피해학교 지도 화면. 사진=딥페이크맵 누리집 갈무리

불특정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포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4년 전 이미 딥페이크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됐지만,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20년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개정된 성폭력 처벌법은 허위로 제작된 음란물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성폭력 처벌법 제14조의 2는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음란물 또는 그 복제물을 유포한 자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처벌을 부과할 수 있으며, 영리 목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포한 경우, 처벌이 징역 7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상습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정해진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처벌할 수 있다.

 

이처럼 딥페이크 음란물도 처벌의 대상이 된지 4년이 지났지만,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한 피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 7월 말까지 총 6434건의 성적 혀위 영상물에 대해 시정 요구를 결정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시정요구 건수(7187건)의 90%에 달하는 수준이다. 

 

딥페이크 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관련 피해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은 처벌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개정된 성폭력 처벌법은 “반포 목적”으로 제작된 딥페이크 음란물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기는 했지만 유포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처벌이 경감되거나 아예 면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소지·시청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불법 촬영물과 달리 딥페이크 음란물의 경우 제작·유포 행위만 처벌 대상이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구입하거나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2심 판결이 내려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71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5건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4건에 그쳤다. 기술의 발전으로 성범죄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은 점차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입법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는 이미 다수의 딥페이크 관련 법안이 발의돼있는데, 특히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디파이언스법(Defiance Act, Disrupt Explicit Forged Images and Non-Consensual Edits Act)을 눈여겨볼 만하다. 

 

디파이언스법은 당사자 동의 없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하거나 이를 알고도 수신한 사람을 상대로 피해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가 형사 처벌을 받지만 민사상으로는 관련 법규가 없어 불법행위로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영국 또한 지난 4월 동의 없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 이를 유포할 의도가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처벌하는 형사사법안 개정안을 제정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든 사람은 ‘공유 의도’와 관계없이 형사 입건돼 상한선이 없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만약 제작한 음란물이 외부로 유포될 경우 징역형도 선고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자뿐만 아니라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자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 또한 28일 딥페이크 음란물 삭제 지원 업무를 지자체에서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설립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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