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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후헌법소원 '불합치' 이끌어낸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사회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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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소년기후행동 페이스북 갈무리

전 세계적인 ‘기후소송’의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 청구인들의 일부 승소로 마무리되면서, 법적 싸움을 통해 기후변화에 맞서려는 흐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법)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 및 목표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해당 법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30년 이후에도 기후변화는 진행될 터이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계속되야 할 텐데, 지속적인 감축 노력을 보장할 어떤 법적 장치도 없다는 것. 정부와 국회의 구성이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법적 장치 없이 일관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헌재는 “탄소중립법 8조 1항에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라며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며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때 단기적일 수도 있는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소송으로 기후변화 막자” 2015년 파리협약 이후 기후소송 봇물

 

이번 헌재의 선고는 지난 2020년 3월 기후·청소년단체 등이 처음 위헌 소송을 낸 지 4년 5개월만에 나온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기후소송 성과다. 

 

다만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보면 소송을 통해 기후변화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고 향후의 피해를 예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상당한 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 영국 런던정경대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 기후소송 동향 2030’에 따르면, 지난 198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 세계에서 2341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그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1157건의 소송은 지난 2015년 이후 제기됐다. 2015년은 국제사회가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해다. 

 

국가별로 보면 가장 많은 기후소송이 제기된 국가는 미국으로 총 1590건을 기록했다. 그 뒤는 호주 130건, 영국 102건, 독일 59건, 브라질 40건, 캐나다 35건 등의 순이었다. 미국의 경우 기후정책에 소극적이었던 트럼프 정부 시기 가장 많은 기후소송이 제기됐으나, 정권이 교체되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건수가 감소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경우 기후소송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헌재의 결정과 가장 비슷한 해외 사례는 독일이다. 앞서 지난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기후보호법에 대해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내용이 불충분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당 법률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간 배출량을 규정해 감축 수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법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연방기후보호법 또한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미래세대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몬태나주 청소년들이 주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승소하며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몬태나주는 가스정 5000개, 유정 4000개, 탄광 6개, 정유공장 4개 등이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화석연료 생산지역이다. 

 

몬태나주에 거주 중인 2~18세 아동·청소년 16명은 지난 2020년 주 정부의 화석연료 친화적 법률이 자신들의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몬태나주 법원은 화석연료 개발사업 승인 전후 온실가스 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도록 한 주 법률안은 위헌이라며 청소년들의 손을 들어줬다. 

 

◇ 아시아 첫 기후소송 승소, 끝 아닌 기후대응 노력 시작 돼야...

 

한편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로 만족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헌재는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2030년 감축 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2030년 이후의 감축계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울지에 대한 논의도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세계 각국의 사법부가 정부의 과오를 뒤늦게 바로잡는 ‘기후 판결’은 최근 심심치 않게 우리 눈과 귀에 들어오고 있다”라며 “한국도 이 대열에 합류하며 아시아와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기후솔루션은 “다급한 상황에 견줘 2030년 감축 목표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은 헌재가 정한 기한을 기다릴 만큼 여유를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입법부는 조속히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탄소중립법 8조 1항을 결정 취지에 맞게 새로 짜는 과정에 착수해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후소송을 시작한 청소년기후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소원 위헌 판결은 기후위기 속 우리 삶이 존재함을, 존재하는 모든 삶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함을 인정하는 사회적 선언”이라며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앞으로 우리는 기후위기 앞에서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라며 “오늘의 판결은 그 행동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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