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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외국인 가사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찬반 논란, 실현 가능성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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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관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부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공동 주최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국내 맞벌이 부부의 가사·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 6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한 상태로, 이들은 약 4주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다음 달 3일부터 6개월간 서울 시내 각 가정에서 아동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하게 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시급 9860원 및 4대 보험 등 간접비용을 더해 월 238만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사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며,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원인데, 이번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용 가정에서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해야 한다”며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 인력을 도입해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 또한 이날 모두발언에서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도입해줘서 감사했지만, 똑같은 최저임금이 적용돼 접근성에 매우 제한이 있다”라며 외국인 차등임금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 ILO협약, 국적·인종 등에 따른 고용·직업 차별 금지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실제 ILO 협약 제111호는 근로자의 인종, 피부색,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 출신국 또는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몇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9년 입장문을 통해 “ILO가 규정한 ‘근로자의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균등한 대우를 한다’는 협약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라며 해당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은 헌법(평등권), 국제기준(ILO 제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 고용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 한은이 제시한 돌봄노동 저임금 방안, 현실성 있을까?

 

이 때문에 ILO 협약을 우회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과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한 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 등을 제안했다. 

 

전자의 경우 이미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 중인 해외 일부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일반 가정이 직접 고용한 가사사용인은 근로관계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고용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의 가사노동자 시급은 1700~2800원 수준으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후자는 현행 고용허가제를 돌봄서비스 부문까지 확대한 뒤, 돌봄서비스 제공 업체나 직업 알선기관 등이 외국인을 고용하도록 하되 내·외국인 구분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한은은 “이 방식은 별도의 법 개정 없이 현행 제도하에서 시행 가능한 데다, ILO 차별금지협약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사적 계약’의 경우 고용·피고용인의 신원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없어 사고의 위험이 뒤따르는 데다, 요양시설 등의 경우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용허가제 확대’ 또한 최저임금과는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하여 근로하며,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이 적용된다”라며 “고용허가제 업종 포함 여부와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23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26개와 비회원국 15개 등 41개 국가 중 내·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전국이주노동인권단체는 28일 성명을 내고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그룹을 우리 사회에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주노동자를 당연하게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정치권이 지속해서 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차별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심화시킨다면 저출생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인력이 부족하다고 손쉽게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려 하고 최저임금마저도 주지 않으려는 것은 한마디로 놀부심보”라며 “이주노동자는 차별과 착취의 대상이 아니다. 동등한 사람, 노동자,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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