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최근 쌀 공급 부족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지난 여름 극심한 더위로 인한 공급 감소와 해외 관광객들의 귀환이 맞물려 슈퍼마켓 쌀 진열대가 텅 비었고 구매 제한이 생겼다”다고 보도했다.
후쿠오카현 가스가시에 있는 JA치쿠시 직판점에서 한 남성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미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쌀이 품절되는 경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민간부문 쌀 재고량은 156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가량 감소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 5월말에는 일본 쌀 재고량이 150만t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 8일 미야자키현 앞바다에 진원지를 가진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잠재적인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에 대비해 쌀을 사기 위해 달려들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문제는 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6월 일본농협과 도매업자 등 기업 간 전 브랜드 쌀 60kg 평균 상대매매가격은 1만5865엔(약 14만6137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쌀 부족이 발생한 2013년 8월 이후 약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에는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3% 가량 올랐다.
2024년 수확한 쌀의 출하량은 9월 말부터 부족분을 완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쌀 가격은 급등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쌀은 일본에서 자급할 수 있는 품목이다. 그런데 왜 쌀 부족 현상이 생긴 걸까. 일본 미디어와 관계당국 등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기후 위기로 인한 쌀 생산 저하와 더불어 정책 판단 미스, 또 코로나19 종식 이후 엔저 현상에 따른 일본 관광붐으로 인한 쌀 소비 증대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쌀 수급 상황은 어떨까.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따르면 최근 5년 기준 쌀 식량자급률 평균은 약 98%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국제 무역분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쌀을 매년 40만9000t규모를 수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는 연간 소비량의 약 10%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이에 쌀 식량자급률이 100%가 되면 오히려 상당한 양의 쌀이 과잉 공급돼 이를 처리하는 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1인당 연간 식품공급량이 쌀은 1990년대 170kg에서 2021년 136kg으로 감소한 반면, 육류는 같은 기간 2021년 35kg에서 66kg으로 증가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식품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국내 농업 생산이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쌀수급 확대보다 쌀소비 감소가 더 문제라고들 말한다. 이에 농협은 최근 쌀값 불안에 따른 농업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쌀소비 촉진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NH농협은행 서울본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1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가족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서울본부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우리쌀 소비 촉진 및 아침밥먹기 가두 캠페인 매월 정례화 실시 △임직원 솔선수범 아침밥먹기 운동 전개 △아침밥먹기 릴레이 챌린지를 실시한다.
또 쌀 가공식품 판매 판로확대에 앞장서고 또한 교육청과의 협력으로 늘봄학교 및 우리아이 아침밥 먹이기 연계사업 추진을 통해 쌀 소비촉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쌀 생산량조사는 효율적인 양정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므로,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1일 이같은 내용의 ‘쌀 생산량조사 진단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쌀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제고하기 위해 실제 재배되는 품종을 고려하여 조사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쌀 예상 생산량 결과도 중요한 정책 정보이므로 정확도를 개선할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현백률/감모율에 대한 현실적 조정을 통해 통계 정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백률은 현미를 도정하여 백미가 나오는 비율이며, 감모욜은 일반적으로 미강 발생율을 뜻한다. 쌀 생산량 추정 시 현백률과 감모율은 과거 기준을 준용하고 있어 생산량 추정치와 실제 시장 공급량 사이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쌀 생산·유통·기타 과정의 여건 현행화를 통해 쌀 생산량 추정의 정확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공표할 때도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수치를 대표 통계로 공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쌀 예상 생산량 정확도 제고를 위해 일본의 ‘벼 수확량 조사’와 같이 위성사진, GPS(지리정보시스템),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하는 방안, 예측모형을 고도화하는 방안 등 추정 정확도 제고 방안을 검토해 보는 것도 제안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6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옥수수나 밀은 자급률이 낮지만 쌀 자급률은 높다”면서 “WTO의 국제적인 의무 부분도 있고 해서 우리나라 쌀 수급과 관련해 현재 일본의 민간 재고량 부족과 같은 상황이 쉽게 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우리나라는 쌀 공급 비축을 매년 하고 있고, 지금은 오히려 쌀이 초과공급되는 것이 더 큰 이슈다. 이렇게 본지는 꽤 오래 됐다.기후변화 때문에 쌀농사가 정말 어려워진 경우가 오지 않는 한 쌀이 부족한 부분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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