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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년 니트족 일자리로 끌어내는 영국, 기다리는 한국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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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일을 할 수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5~29세 청년층 815만명 가운데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44만3000명이다. 가뜩이나 일할 수 있는 청년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쉬는 청년’의 비중은 늘어 역대 최고 수준(5.4%)까지 올라갔다. 

 

말그대로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다. 교육을 위해서도, 고용을 위해서도, 직업훈련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냥 쉰다. 청년 니트족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영국은 일찍부터 니트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니트’라는 말 자체가 1999년 영국 사회이탈 방지국이 작성한 보고서 제목에서 유래한다.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더 나은 삶과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을 끝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청년니트족의 수가 6월 기준 87만 2천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만 4천 명 증가한 수치로, 전체 16~24세 청년의 12.2%에 해당하는 것이다. 

 

영국 역시 노령화로 인해 노동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청년니트족의 증가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청년니트족을 줄이기 위해 정부보조금인 유니버설 크레딧 지출을 늘리고 있다. 작년에는 사용된 유니버설 크레딧은 809억 파운드(한화 약 142조 4천억 원)로, 이는 국방비인 542억 파운드(한화 약 95조 4천억 원)를 초과한 금액이다. 

 

영국은 니트족 예방을 위해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BC는 영국 교육부가 “정부가 청년의 기회에 대한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삶의 기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모든 청년에게 2주간의 직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서 더 나은 진로 상담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또한 국가, 지역, 지방의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킬 잉글랜드(Skills England)’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훈련, 견습, 취업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청년 보장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니트를 상황에 따라 나뉘어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와 가족 돌봄,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니트가 된 집단, 능력 부족이나 의욕 저하, 사회부적응 등을 이유로 니트가 된 집단, 자기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니트가 된 집단 등으로 구분한다. 각국의 정부는 니트족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이 처한 상황별로 접근방식을 달리한다.

반면 국내의 청년 고용 정책은 구직 의향이 있는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에 치중해 있다. 따라서 니트족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이 처한 상황별로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EU 국가들은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 데이터를 통해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안 하는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직업훈련을 시켜주는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일자리로 끌어내고 있다”라며 “반면에 한국은 니트족을 발굴할 수 있는 수많은 행정 데이터가 있음에도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처럼 고졸 니트족을 위한 상황별 맞춤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현주 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고졸 이하 니트족의 경우 인적자본의 형성이 취약하다는 특성과 함께 낮은 연령에서 비롯되는 일에 대한 정보와 경험 부족이 니트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직업 체험과 진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고등학교부터 모든 교내에 청년지원센터를 설치한다면, 교육 과정 종료 시기에 발생하는 니트를 발굴하고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니트족의 증가가 결국 사회전체에 중대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황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 청년층의 증가 현상은 만혼이나 비혼주의 현상과 맞물려 작용하게 되고,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 기반이 약화되어 빈곤상태로 전환되거나 청년니트로 이행하게 되는 등 취약한 사회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부모 세대의 노후보장 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불안과 불만족을 발생시키는 등 중대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결국 일자리 문제를 떼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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