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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AI로 혈당·혈압관리, 국내 기업 잇따라 개발 눈길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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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형 혈압관리 기기인 '카트비피-프로'. 사진=대웅제약

인공지능(AI)을 도입한 혈당·혈압관리 서비스에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향후 산업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혈당과 혈압이 심하게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 인지 기능의 저하를 막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23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가 없는 2600여명을 대상으로 혈당과 혈압 변동성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 결과 혈당 변동성이 커질수록, 즉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질수록 대뇌 백질의 변성이 나타나고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뇌의 백질에 퍼져 있는 작은 혈관들이 손상된 생태를 백질 변성이라고 하는데, 통상 변성이 클수록 치매와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경우 뇌 속에 과도하게 쌓인 후 뇌세포의 골격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의 이상이 겹치면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인지 기능 장애가 발생한다. 혈당은 불규칙한 식사나 고탄수화물·단순당 섭취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지는데, 이런 식습관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 측은 혈압 변동성과 인지 기능의 연관성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변동성이 클수록 타우 축적이 증가했고, 특히 이완기 혈압이 크게 변할수록 장기적 기억을 조절하는 뇌의 해마 부위가 위축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치매 유병률은 10.4%이며,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추정 치매 환자는 2022년 기준 93만5000여명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치매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6명으로, 7.4명 증가했으며,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220만원으로 추정됐다. 의료비, 약제비 등을 포함한 직접 의료비(53.3%)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혈당과 혈압 관리는 치매뿐만 아니라 당뇨병, 다이어트, 스트레스 관리 등 남녀노소 및 질병 유무를 가리지 않고 중요한 건강관리의 기준이 되고 있다. AI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헬스케어 AI 시장규모는 2022년 151억달러(20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37% 성장해 2030년 1879억달러(256조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국내 기업들이 AI를 접목한 혈관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 헬스케어는 올해 2월 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출시했다. 파스타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등급 유헬스케어 게이트웨이 SW(소프트웨어)' 허가를 획득한 의료기기다. 파스타 앱은 별도 회원가입 없이 본인의 카카오 계정을 활용해 로그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와 미국 기업 덱스콤의 'G7' 등 2개 CGM(연속혈당측정기) 센서와 연동할 수 있다. 

 

파스타에 탑재한 AI는 사용자가 착용한 연속혈당측정기(CGM)로부터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혈당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 관리 가이드를 제공한다. 혈당이 떨어지면 당 섭취를 제안하거나 고혈당 위험이 감지되면 걷기 등의 운동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파스타의 활용 범위를 병원 진료 영역까지 확장했다. 전문가용 대시보드인 ‘파스타 커넥트 Pro’를 함께 출시하여 파스타를 통해 수집된 유저들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지금은 카카오헬스케어와 파트너십을 맺은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약 30개 병원의 의료진이 파스타 커넥트 Pro를 사용 중이다. 

 

황희 대표는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AWC 2024에서 “파스타에는 비전 AI 기술, 딥러닝, IoT 등 여러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며 “지금은 대화형 AI를 어떻게 적용할지 계속 테스트 중”이라며 올해 중 파스타 앱에 대화형 AI가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향후 파스타 서비스의 고도화 및 최근 주목받는 비만치료제 GLP-1 생산 업체들과의 협력 전망도 내비쳤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8월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한 노보노디스크와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사진=카카오헬스케어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룰루메딕은 건강습관 기초인 혈당 관리를 돕는 구독형 서비스 ‘룰루 혈당멤버십’을 출시했다. 

 

룰루 혈당멤버십은 룰루메딕 앱을 통해 간편하게 혈당 관리를 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상품으로 월 구독료는 5만9000원이다. 월 구독자에게는 혈당 관리를 위한 혈당 검사지 50매를 매월 제공한다. 구독자가 사용하고 있는 기기에 따라 아큐첵 가이드와 인스턴트 검사지 중 선택 가능하다. 건강한 식단 관리를 위해 현대그린푸드 그리팅몰에서 배송되는 저당식 5끼도 포함됐다.

 

보험 급여가 가능한 혈압관리 반지도 나왔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스카이랩스의 세계 최초 반지형 연속혈압측정기 ‘카트비피 프로(CART BP pro)’가 지난 8월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고 정식 출시됐다.

 

카트비피는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압 측정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으며, 대웅제약은 같은 해 6월 스카이랩스와 국내 병의원 유통을 내용으로 하는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카트비피는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연속혈압측정기로 수면 장애, 행동 제약 등 기존의 커프형 연속혈압측정기(APBM)의 단점을 보완해 반지형으로 개발됐다. 고혈압 환자가 병·의원에서 카트비피를 인계받아 손가락에 착용만 하면, 24시간 혈압 변동 기록이 병·의원 의료진들에게 자동 전송되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카트비피는 사용법이 간단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차세대 연속혈압측정기로 주목받고 있다. 카트비피는 첨단 바이오센서인 광혈류측정센서(PPG)가 혈류량을 측정하면, 해당 데이터를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전달해 인공지능 시스템(AI)이 사용자의 혈압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24시간 연속 혈압 측정과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대별 혈압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용량 조절이 가능하고, 수면, 운동, 음주, 혈압약 복용 등 생활 습관에 따른 혈압 변화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급여 등재에 따라 국내 1200만 명의 고혈압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면서 카트비피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병의원 처방 시 카트비피의 보험수가는 일일 1만 5000~1만 8000원 선이며 이 중 환자 부담금은 5000~90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카트비피의 보험 급여 등재를 계기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서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심전도기 모비케어, AI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에띠아 등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 공급을 통해 쌓아 온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카트비피의 시장 공격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지난 7월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에는 아쉽게도 혈당 측정 기능이 빠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올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신제품 언팩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혈당 관련 질환을 가진 소비자와 시장의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의료 규제 통과 여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0년 당뇨병 치료의 해묵은 난제로 꼽혀온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을 상용화하는 연구에는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새로운 혈당 측정법에 대해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는데 피를 뽑지 않고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라만 분광법'을 적용했다. 이를 상용화해 비침습적 방법으로 혈당을 잴 수 있으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줌은 물론 혈당 측정의 지속성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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