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고려아연 VS 영풍-MBK '쩐의 전쟁' 막전막후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5.
728x90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내달 4일 고려아연 지분공개 매수 종료 이후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양측의 여론전이 치열한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곧 경영권 방어 최전선에 나서 반격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양 측의 여론전은 고소전으로까지 확전하는 모양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영풍은 “동업정신을 파기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경영 대리인 최윤범 회장 및 고려아연의 수상한 경영행보가 시작되었을 당시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던 노진수 전 대표이사에 대하여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결정과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에 관한 투자 결정 등으로 고려아연이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고려아연 최 씨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영풍정밀도 지난 20일 MBK와 영풍 간 계약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을 고소한 바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기술 총책임자 이제중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권을 뺏기면 핵심인력이 모두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우리 고려아연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약탈적 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동시에 경영능력과 기술력을 강조하며 현 경영진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 부회장은 “우리는 세계 1위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트로이카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고려아연의 지난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2.8%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영풍의 영업이익률은 -1%라며 인수 후 경영 능력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앤컴퍼니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 곳 역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인수에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MBK 측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이익에만 집중해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수성 전략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오는 26일까지 MBK의 공개매수 가격 조정 여부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 이후 3대째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해왔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 회장을 포함한 최씨 일가가, 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맡고 있다. 2022년부터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 주도로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며 지분 관련 분쟁이 시작됐고, 영풍이 지난 2월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를 표명하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두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함께 약 2조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약 6% 추가 확보를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는 등 우군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 우군으로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등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기자회견장에서 "최 회장도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오는 10월 4일 고려아연 지분공개 매수 종료 이후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70만4000원으로, MBK가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66만원보다 높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지분 확보 경쟁 과열로 높은 금리와 수익률을 약속해 자금을 끌어오게 되면 누가 승리해도 '후폭풍'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 최대 2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는데, 한국앤컴퍼니 사례와 동일하게 공개 매수가를 20% 올린다면 최대 4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자금 마련 및 상환 부담도 역시 커지게 된다.

 

한편, 국가기간산업의 경영권 지분경쟁으로 인해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연구개발(R&D)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소재사업-자원순환사업등 관련 분야 개척을 통해 2033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는 25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지난 주총 때도 갈등이 있었지만 영풍에서 MBK를 동원해 경영권을 뺏으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배당을 적게 준다는 것”이라면서 “MBK는 향후 배당을 2만5000원까지 늘리겠다고 한 만큼 만약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가져간다면 고려아연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가기 위한 투자재원이나 R&D는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고려아연이 미래 청사진으로 내논 트로이카 전략이나 미래 산업에 대해서 전면수정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현재 R&D는 중단되거나 방향 전환 등으로 연속성이 떨어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결국 '후폭풍'이라는 게 사법적인 쟁점이 붙을 것인데, 공동 경영을 하다가 이렇게 적이 돼버리면 상호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만큼 고소 고발로 인한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