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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종투사·비종투사 실적 양극화 심화... 이유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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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실적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금융 의존도가 높은 중형 증권사의 실적이 급락한 만큼, 사업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는 중형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 후 신용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에 거둔 순이익은 4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8조원)보다 감소한 것이지만, 한국투자증권의 배당금 수익과 다올투자증권의 관계사 매각 등 일회성 이익 1.8조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사의 근원적 수익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수수료 수익이 6조원으로 전년 동기(5.6조원) 대비 6.5% 증가한 것이 증권업 실적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여파로 부동산금융이 둔화하면서 IB(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익이 2% 줄었지만, 연초부터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국내외 주식 거래량이 증가해 수탁수수료는 11.3%나 늘어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이 증권사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로 지정받은 9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하나·신한투자·메리츠·키움)의 상반기 순이익은 3.5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 배당금 수익을 제외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2.3조원 대비 52.5%나 늘어났다. 

반면, 종투사는 아니지만 자기자본이 1~4조원 규모인 대형사 9곳(대신·교보·한화·유안타·신영·현대차·iM·BNK·IBK)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9.8% 감소했으며, 1조원 미만 중소형사 9곳(유진·DB·LS·다올·부국·SK·한양·케이프·리딩)은 3.9% 증가하는데 그쳤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64.9% 증가한 710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었다. 하나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279.2%나 증가한 131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종투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종투사가 고른 성장을 보인 반면 비종투사는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iM·한화·SK·다올·BNK 등 5개 비(非)종투사는 2분기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iM·SK·다올 등 3개 증권사는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적자에 그쳤다. 

 

종투사와 비종투사 간 실적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PF 리스크가 꼽힌다. 종투사의 경우 수탁수수료수익과 IB수수료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0%, 10.9% 늘어나는 등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총 수수료수익이 9.9% 증가했다. 특히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이 48.9%나 증가하며 수탁수수료 내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IB부문에서도 ECM(주식자본시장)·인수금융·부동산금융 관련 수수료수익이 모두 고르게 증가했다. 

 

반면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높은 비종투사의 경우 부동산 PF 리스크의 영향으로 IB부문 수수료수익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비종투사 중 대형사 9곳의 상반기 누적 수탁수수료는 1.9% 증가한 반면, IB수수료수익은 15.3% 줄어들어 전체 수수료수익이 4%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소형사는 수탁수수료도 2.4% 감소하고 IB수수료도 29.2%나 줄어들면서 총 수수료수익이 9.2% 감소했다. 

 

대손비용 부담 또한 종투사와 비종투사의 실적을 가른 요인 중 하나다. 종투사는 대부분 지난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해 올해 상반기에는 일부 환입이 나타나면서 대손비용 부담이 줄어들었다. 반면, 비종투사 중 대형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도 대손비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부동산금융은 2016년 이후 시작된 부동산 활황기에 증권사들의 고성장을 가능하게 해준 핵심 성장동력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현재는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한 종투사에 비해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창출력이 약화된 비종투사로서는 당분간 실적부진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비종투사 중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대형 증권사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종투사로의 전환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가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종투사로 전환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투사는 초대형 IB로 전환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몸집을 키울수록 사업 범위가 넓어져 수익창출력도 강화되는 셈이다. 

 

현재 비종투사 중 종투사 전환을 눈앞에 둔 곳으로는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이 꼽힌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별도 기준 3조1123억원으로 이미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갖춘 상태다. 최근 무산된 사옥 매각이 재추진될 경우 추가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만큼, 연내 종투사 전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10호 종투사’ 타이틀을 두고 대신증권과 경쟁 중인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6월 말 별도 기준 1조9245억원으로 아직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교보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기업설명회에서 2029년까지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목표를 달성하고 종투사로 전환하려면 매년 약 1800억원의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2000억원), 2023년(2500억원) 대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연이어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교보증권의 자본 규모는 2조원에 가까운 수준까지 늘어났고, 교보생명의 지분율도 기존 51.63%에서 84.74%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지분가치가 희석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월 교보증권 소액주주 윤모씨는 교보증권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교보증권이 지난해 8월 31일 최대주주 교보생명을 상대로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4930만9665주를 발행하면서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 

 

소송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규모 유상증자를 반복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논란을 피하면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적인 수익성 개선을 통해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나신평은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 수준과 부동산 PF 경기 저하, 부동산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등 비종투사의 고위험사업장 중심 부동산금융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비 종투사는 정통 IB와 자산관리 등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신평은 이어 “하지만 종투사가 이미 해당 부문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비 종투사의 경쟁적인 진출로 인해 경쟁 강도도 심화되고 있다”라며 “비종투사가 단기간 내 부동산금융부문을 대체할 사업부문을 찾아 이전만큼의 수익창출력 회복을 달성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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