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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은행 기후정책, G20 중앙은행 중 최하위권...개선할 점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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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 머니의 2024년 녹색 중앙은행 평가 점수표(Green Central Banking Scorecard). 자료=기후솔루션

한국은행의 기후정책이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가운데 최하위권인 16위를 기록했다. 

 

30일 영국 비영리 연구단체 포지티브 머니가 집계한 ‘2024년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를 살펴보면 한은은 20개 중앙은행 중 2년 전 13위에서 3단계 하락한 16위에 그쳐 D-등급에 머물렀다. 

 

한은이 최근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여왔지만,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서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으며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은행들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은도 최근 자체 연구자료를 통해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수출과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2021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석탄 및 화석연료 투자 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 확대 정책 등을 펼쳐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가격 폭등 논란 등을 두고 “기후변화 등으로 생기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국민의 합의점이 어딘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BOK 이슈노트-수출입경로를 통한 해외 기후변화 물리적리스크의 국내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10%에 가까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며, 단기적으로도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10%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분석이 해외 기후 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 중 점진적인 온도상승에 따른 만성적 위험만을 고려한 것이란 점이다. 만일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에 의한 급성리스크가 함께 고려될 경우 국내 산업의 피해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포지티브 머니 평가지표에 따르면 한은의 기후대응 수준은 G20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포지티브 머니는 “녹색금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데 있어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해 제약이 있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평가의 근거로 꼽았다. 국내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연대 단체로서 국내 언론에 알리는 일 등을 도왔다.

 

포지티브 머니는 연구, 정책 제언, 통화 정책, 금융 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울러 G20 국가들과 유럽연합(EU) 기후정책을 평가했다. 올해 평가에서는 프랑스은행이 G20은행 중 녹색 전환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프랑스는 비통화 포트폴리오에 책임 있는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헌장에 담았다. 해당 헌장은 화석 연료에 대한 명시적인 배제 정책을 포함해 모든 주식 포트폴리오를 1.5도 지구 온난화 경로에 맞추도록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뒤이어 독일, 이탈리아가 2, 3위를 차지했고 유럽중앙은행이 4위를 받았다. 브라질과 중국 중앙은행이 각각 5위와 6위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은보다 아래인 17위를 기록했다. 포지티브 머니는 연준이 달러가 갖는 위상과 미국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럽 은행들보다 기후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잭 리빙스톤 포지티브 머니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췄을 때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 리더들이 연준 책임을 묻고 기후정책을 채택해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정상 수준으로 기후정책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근 보고서 '기후위기 앞에 선 한국은행, 그 역할을 묻다'를 발간한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개국 중 16위라는 성적은 한국은행의 현 주소”라며 “연구 영역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녹색 금융중개 지원대출, 한은 담보 및 대출의 기후영향평가, 녹색채권 매입프로그램 등 통화신용 정책수단을 적극 검토·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후대응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기후변화가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된 증거”라며 “중앙은행은 물론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이 곧 경제와 민생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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