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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간편결제 시장 판도, 빅테크 중심으로 이동 가속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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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지급 서비스 제공업자별 이용 현황. 자료=한국은행

빠르게 성장 중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가 입지를 강화하는 가운데 카드사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4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간편지급) 서비스 이용규모는 일평균 2971만건, 9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 11.0%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 속도라면 간편결제 이용규모는 연내 일평균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가 늘어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몫도 늘어났지만, 성장 속도는 달랐다. 9개 카드사 및 7개 은행 등 ‘금융회사’의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357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반면, 카카오·네이버·토스페이 등 빅테크를 비롯해 다양한 핀테크사를 포함한 ‘전자금융업자’는 9392억3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11% 증가했으며, 삼성·LG전자 및 애플 등 ‘휴대폰 제조사’도 2737억5000만원으로 12.1% 늘어났다.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업자 중 시장에서 가장 이용비중이 높은 것 또한 전자금융업자로 올해 상반기 기준 49.6%를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휴대폰 제조사(25.3%)였다. 금융회사는 25.1%로 비중이 가장 작았는데, 금융회사의 간편결제 이용규모가 휴대폰 제조사에 뒤처진 것은(금액 기준) 이번이 처음이다. 

 

결제시장 판도가 빅테크 중심으로 바뀌면서 기존에 주도권을 쥐고 있던 카드사들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간편결제 서비스(카드 기반 기준) 중 카드사 이용 비중은 31%로 전년 동기 대비 1.9%p 줄어든 반면, 핀테크 및 휴대폰 제조사 비중은 69%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만 해도 50:50 수준이었던 카드사 대 핀테크 구도는 약 5년 만에 30:70 수준으로 기울어졌다.

 

카드사들도 빅테크가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하도록 방치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말에는 한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른 카드사 카드를 등록해 결제 및 부가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오픈페이 서비스를 출범했다. 오픈뱅킹과 같은 서비스를 출시해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픈페이는 일부 카드사의 불참, 낮은 인지도, 온라인 결제 불가 등의 문제로 인해 결국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공통 QR 결제 규격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6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빅테크 및 삼성페이 등 기존 강자들이 장악한 시장 구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로 수수료율 격차를 꼽는다. 현재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연간 매출 규모에 따라 0.5%~1.5%가 적용된다. 반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쿠팡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9개 전자금융업자의 수수료율은 0.7%~3% 수준이다.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르지만 적게는 0.2%p에서 최대 1.5%p까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수수료를 조정한다. 반면, 빅테크의 경우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수수료 관련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에서는 빅테크에 대해서도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전자금융업자에게도 수수료율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가맹점은 간편결제가 보편화됨에 따라 가맹점 계약을 쉽게 해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률상 선불전자지급수단 결제를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전자금융업자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가맹점수수료율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의 가맹점수수료율 규제를 신설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규제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카드사와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금융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간편결제의 경우 PG(전자지급결제대행) 역할까지 대행하는 반면, 카드 결제에는 PG 수수료가 별도 부과된다. 카드사 수수료에 PG 수수료를 더해 비교할 경우, 간편결제 수수료가 더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8개 전업카드사가 경쟁하고 있는 과점 구도의 카드시장과 달리 간편결제 시장은 직불·선불·전자지급결제대행 등을 모두 더해 100개가 넘는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적인 시장에서는 적정 수수료율을 책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일방적인 가격규제 방식을 도입해 오히려 시장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당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수수료율 규제는 가격에 대한 직접 규제로서 시장경제 원리에 반할 우려가 있고, 간편결제와 신용카드는 수수료 구성, 제공되는 서비스 유형 및 경쟁환경이 달라 직접 비교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라며 “과점시장인 카드시장과 달리 사실상 경쟁시장인 간편결제 시장에서는 우월적 수수료 책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간편결제 수수료율 규제와 관련된 입법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가운데, 빅테크에 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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