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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 주주환원 효과 있나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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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 적용에 따른 법인세 및 배당가능이익 영향.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밸류업을 유도하기 위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일부 대형사에만 적용되는 데다, 법인세 부담까지 늘어나게 됐다며 보험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제3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을 이달 2일 발표했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시행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는 보험사가 고객의 계약 해지 시 돌려줘야 하는 자금(해약환급금)을 미리 준비해두는 제도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법정준비금으로 상법상 주주배당가능이익 산정 시 차감돼 배당이 제한되고,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돼 세금 납부가 일정 기간 이연된다.

 

문제는 제도 시행 후 보험사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준비금 적립액도 함께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주주 배당은 물론 법인세 납부액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실제 해약환급금 준비금 누적액은 새 회계제도 도입 전인 지난 2022년 말 23.7조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38.5조원으로 1년 반만에 약 12조원이나 불어났다. 

 

현재 정부는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보험사 세금 납부액과 배당 여력을 동시에 축소하는 현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은 충분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자본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사에 한해 종전 회계기준(IFRS4) 적용 시와 유사한 배당가능이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준비금 적립비율이 낮아지는 만큼 배당 여력이 확대돼 주주환원율이 높아지고,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나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제도 개선에 따라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확대되면 보험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시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한 편이다. 실제 해당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일 KRX 보험지수는 전일 대비 3.16% 하락한 1951.68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생명(△2.68%), 삼성화재(△3.19%), DB손해보험(△3.12%), 한화생명(△2.61%) 등 대부분의 보험주 주가가 하락했으며, 특히 현대해상 주가는 하루 만에 6.21%나 급락했다. 

 

이는 정부의 보험사 밸류업 유도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안은 우선 ‘자본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일부 대형 보험사에만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지급여력 비율이 200%(경과조치 전 기준)를 상회하는 보험사에게 개선안을 우선 적용하고, 이후로는 매년 기준을 10%포인트씩 하향해 순차적으로 개선안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를 포함하면 상장된 국내 보험사는 총 12곳이다. 이 가운데 지급여력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곳은 지난 3월 말 기준 생보사 2곳(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과 손보사 3곳(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 등 5곳뿐이다. 상장 보험사 중 약 60%가 개선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나머지 7개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은 모두 190% 미만으로, 내년에도 개선안의 수혜를 받을 보험주가 늘어날 일은 없다. 

 

제도 개선으로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확대되지만 법인세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는 점도 보험주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제도 개선안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은 3.4조원 증가하고 법인세 납부액도 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기순이익을 상회하는 해약준비금 증가와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의 급감에 따라 배당재원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사들은 모두 지급여력 비율이 200%를 하회해 개선안을 적용 받지 못한다”라며 “이번 정책에 있어 보험사의 수혜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개선안 적용 대상인 삼성화재·DB손해보험·삼성생명 등의 우량 보험사는 이미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배당재원 확대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 또한 “지급여력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삼성화재·DB손보·삼성생명 등의 경우 ▲현재 주주환원에 제약이 없을 정도의 배당가능이익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환원을 포함한 중장기 자본정책을 제시해 왔던 만큼 제도 개선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설 연구원은 이어 “오히려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제도 강화 등 영향으로 안정적인 지급여력 비율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오히려 준비금 감소에 따른 법인세 등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4일 KRX 보험지수는 전일 대비 1.45% 오른 1979.68로 장을 마감했다.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안이 보험주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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