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략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등 기술패권 경쟁 심화로 국익 중심의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각국이 역량을 결집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3대 분야는 전‧후방 파급력이 큰 우리경제 버팀목 기술군으로 앞으로도 IT 융‧복합 추세 등에 따라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경쟁력 우위에도 불구, 최근 심화되는 기술패권 경쟁 및 자국 산업 보호주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협업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전략적인 R&D 추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및 기술안보를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융, 인프라, 인력, 국제협력 등 종합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첨단산업 초격차 확보, 주력산업 혁신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5조2870억 원을 투자한다.
국내 첨단전략산업이 초격차 역량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에 2390억 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반영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의 맞춤형 현장 인력 양성에도 지원한다. 배터리아카데미 신설(57억 원), 특성화대학원 지정 등을 통해 첨단산업에 필요한 현장 및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반도체아카데미는 42억6000억 원으로 2022년(23억 원) 보다 증가됐다.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R&D)도 1575억 원으로 지난해 보다 약 200억 원 늘었다.
또 산업부 소관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6대 첨단전략산업 지원 예산은 지난해 1조377억 원에서 올해 1조984억 원으로 5.8% 증액됐다.
산업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이나 혁신성이 낮은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 지원을 축소했다”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 예산과 경제안보 강화 예산은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이른바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barometer)로 불린다. PC와 스마트폰, 데이터 센터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21.8%) 수출은 올해 최대실적인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2개월 연속 플러스를 달성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특히 12월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반도체 수출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이며, 이는 반도체 수출이 업사이클(up-cycle)에 진입했다고 볼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에도 수출이 우리 경제성장을 최선두에서 이끄는 핵심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범정부 정책역량을 총결집하여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반도체 산업은 지난해 3분기 반도체 가격 상승에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요도 커지면서 올해 들어 수십조 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산업에서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등 반도체 가격도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적자 폭을 꾸준히 줄여나갔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들 기업의 적자 행진을 끊을 수 있을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산업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우위로 특히 OLED 중심의 고부가가치 시장 점유율은 1위다. 그러나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세계 전체시장 점유율은 2021년 2위로 하락했고, 소재‧부품‧장비 원천기술 분야에선 미국, 일본에 열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 등은 OLED 전환 가속화 및 기술격차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민간기업의 디스플레이 관련 시설투자 약 53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핵심원천기술 및 차세대 기술 특허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차전지는 현세대 기술은 우위에 있으나,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으며, 차세대 소재 기술개발도 상대적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이차전지 산업 종합경쟁력에 따르면 1위는 중국으로 95.5점, 다음으로 2위 한국(86.3점), 3위 일본(84.6점) 등의 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는 2021년 기준 1493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시장은 2030년 3517억 달러로 2020년 대비 8배 이상 폭발적 성장이 전망된다.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3개 분야 공통으로 고급전문인력 부족과 민관협업기반 R&D 추진 등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민관 협력, 인력양성, 인프라구축, 국제협력 강화 등을 통한 개방형 연구 생태계 구축 및 혁신기반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에 과기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3대 주력기술 분야 초격차 원천기술 확보와 신시장 창출을 위해 올해 예산으로 총 1009억 원을 확보했다. 전년대비 약 30% 증가된 액수로, 신규는 361억 원 수준이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과 각 기업별 글로벌 전략에 힘입어 국내 3대 주력기술 분야는 올해 한층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리아>는 2024년을 맞아 '첨단기술로 초격차 확보'라는 주제의 신년기획을 통해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대 주력기술의 글로벌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을 순차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또 각 산업별 또 다른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시도도 분석해 게재한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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