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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공정위, 넥슨 '확률형 아이템' 과징금 부과, 법조계 의견 엇갈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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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 적용으로 한국 게임산업 경쟁력 상실 우려" vs "논점 흐리기"..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기만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넥슨이 자사에서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큐브’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변경 사실을 알려주는 것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버블파이터'에서도 이와 유사한 거짓, 기만행위가 적발되었다고 도 밝혔다.

 

큐브 아이템은 게임 내 장비 아이템의 옵션을 재설정하는 소모성 유료 아이템으로, 큐브를 활용하면 장비에 포함된 옵션을 변경하거나 상위 옵션으로 변경할 수 있다. 공정위는 넥슨이 큐브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에는 옵션의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이후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는 큐브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특정 중복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라고 거짓으로 공지했다고도 설명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수가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누락하여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소비자 유인의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하여 공정한 거래의 기반이 되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중요 정보의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혔다.

= 메이플스토리 누리집

 

넥슨은 3일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사과했으며, 공정위의 발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넥슨은 “이용자들께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넥슨은 공정위의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도 있어,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넥슨은 3년 전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작업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또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공정위의 소급처분은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주장했다.

 

넥슨은 자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게임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왔으며, 전 세계 어떤 게임회사보다 빠르게 앞장서서 신뢰할 수 있는 게임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혔다.

= 공정거래위원회 X 갈무리

 

한편 공정위는 넥슨의 입장문에 대해 재차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이에 반박했다.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넥슨에 대한 이번 조치는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인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및 버블파이터의 ‘매직바늘’ 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낮추거나 일부는 0%로 변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지에서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확률 자체에 대한 법적 공개 의무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며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를 규율하는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이미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2021년 ‘환생의 불꽃’ 사태 이후 넥슨이 이용자들의 요구 등에 따라 일부 확률을 공개했다는 사정만으로 소비자를 상대로 이미 발생한 거짓·기만적인 행위의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향후에도 유사한 법 위반 행위가 있는지 피해사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하게 조사·제재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4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3월에 시행을 앞둔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안의 시범 케이스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앞두고 일어난 서막이며, 앞으로 게임 산업 전체적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규제 당국이 이렇게 12~13년 전 과거의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제재 당국이 게임의 본질에 가까운 부분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과도 확대 해석하고 소급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넥슨을 상대로 한) 시범 케이스가 이 정도인데 과연 이제 그 후속 시범타의 사례는 뭐가 나올지 좀 걱정이 된다. 이번 사안은 게임계에 있어서는 지진, 태풍급의 재난과 같다.”라며 게임 산업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슨에 따르면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넥슨이 논점 일탈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사건 상고심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이철우 게임전문변호사는 4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넥슨의 해명에 대해 “게임법상의 의무가 없더라도 전자상거래법상의 의무는 지켜야 하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2016년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의무와는 무관한 일이다.”라며 넥슨의 주장은 논점 흐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현재 진행중인 게임 이용자와 넥슨의 민사소송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2심 법원은 넥슨이 소비자에게 게임 내 확률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악용하는 행위를 이용자에 대한 기망, 사기행위로 판단하였다."라며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게임 내 확률을 조작하거나 확률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는 등의 행위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면, 위 2심 판결 및 곧 내려질 대법원의 판결은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넥슨에게 이용자에 대한 배상책임 또는 환불의무를 발생시키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으로서 대법원이 이용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이며, 후속적으로 소비자 집단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짚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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