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등록번호를 활용한 중앙점검시스템(NSDS) 탐지 프로세스.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공매도 재개 시점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당국이 재개에 앞서 불법공매도 예방을 위한 각종 준비작업을 마무리 중인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대한 등록번호 발급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발금 대상은 무차입공매도 차단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가 있는 법인으로, 종목별 공매도 잔고가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모든 공매도 거래법인이 포함된다. 다만 무차입공매도 발생 가능성이 낮은 사전 입고 후 거래는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매도 거래법인은 등록번호 신청 시 법인뿐만 아니라 독립거래단위별 계좌정보 등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투자자 실체 및 독립거래단위 요건 충족 여부 등을 심사한 뒤 등록번호를 발급할 예정이다.
공매도 등록번호 발급은 실체성 있는 투자자만이 대규모 공매도 거래를 하도록 허용하고, 규정에 입각한 독립거래단위 운영을 확인하는 등 공매도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계좌마다 고유한 번호를 붙여 전산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면 불법공매도 위험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미 불법공매도 방지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은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개발을 완료한 뒤 국내외 기관투자자 30여곳과 연계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오는 2월까지 NSDS와의 인터페이스 연결 및 데이터 정합성 등을 집중점검해 공매도 재개 전 시스템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NSDS는 공매도 등록번호를 발급받은 투자자의 모든 주문을 번호별로 집계해 여러 증권사 및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거래정보를 취합, 무차입공매도 여부를 상시탐지하게 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전면 금지된 상태다. 불법공매도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한 데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간의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및 전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지난해 6월 말 공매도를 재개할 방침이었지만, 관련 법률안 개정 및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리면서 올해 3월 31일로 재개 시점이 밀렸다.
역대 최장기간 중단됐던 공매도가 재개를 앞두게 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공매도 전면금지가 논의되던 당시에도 해외 자금 이탈 위험은 반대 측의 주요 논거 중 하나였다.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식의 적정 가격을 형성하는 등의 순기능도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가 금지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공매도가 전면금지되면서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MSCI는 지난해 6월 연례 시장 분류 결과를 발표하며, 공매도 금지로 한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가 재개되면 이탈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복귀하고, 장기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져 해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 재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준비한 전산시스템이 국내 증시에서 불법공매도를 완전히 퇴출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NSDS는 매도가 가능한 잔고를 실시간 관리해 이를 초과하는 주문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기 대차거래를 통한 무차입공매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NSDS 또한 결국 사후 적발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인 만큼 모든 거래를 사전에 점검하기는 어렵다.
물론 무차입공매도의 적발 가능성 및 처벌 수위가 높아진 만큼, 개선된 제도가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최근 1500억원대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씨티에 대한 과징금이 기존 900억원에서 180억원 수준으로 경감된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재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공매도 외에도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기 때문에 공매도 중단·재개에 따른 시장의 변동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2023년 11월 직후 오히려 약 2개월간의 하락기를 거쳤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밸류업 등의 호재가 겹치며 상승세를 탔지만, 하반기에는 경기침체 및 비상계엄 사태 등의 영향으로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처럼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난 것도 아닌 데다, 상승장이 시작되더라도 다른 변수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
해외 자금 또한 공매도 금지 여부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은 공매도가 금지되기 직전인 지난 2023년 10월 624조772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693조6350억원으로 늘어났다. 보유 비중 또한 같은 기간 27.2%에서 27.4%로 0.2%포인트 증가했다. 공매도 금지 기간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된 셈이다.
한편, 금감원은 “기관 내 잔고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투자자 순으로 등록번호 발급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라며 “이후 투자자가 수탁증권사 점검 등을 통해 공매도 재개를 위한 사전요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공매도 전산화 TF는 적극적으로 행정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준비한 전산시스템이 공매도 재개를 앞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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