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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글로벌 제약사들, AI로 신약개발 가속화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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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폴드 누리집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올해 주목할 5대 과학 이벤트 중 하나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꼽은 가운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에 주목했다. 알파폴드는 지난 2018년에 처음 공개된 단백질 생성 AI로, 올해 새로운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다.

 

네이처는 “딥마인드 연구진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수개월 이상 걸리던 단백질 구조 분석 작업을 수일 이내로 단축하는데 성공했다.”라며 “개선된 알파폴드는 원자 정밀도로 단백질 및 기타 분자 간의 상호 작용을 모델링 할 수 있어, 약물 설계 및 발견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최신 버전의 알파폴드는 이제 단순히 단백질 접힘의 구조를 읽어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단백질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분자 형태를 예측할 수 있으며, 특히 단백질과 결합된 분자인 ‘리간드’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단백질-리간드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게 되면서 과학자들이 약물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자를 식별하고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는 약물 발견을 위한 매우 귀중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단백질은 인간을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이다. 몸속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면역 항체, 호르몬 등 수많은 물질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평균 20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되어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3차원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단백질의 모양은 곧 기능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고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과학자들의 중요한 과제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X선이나 핵자기공명, 전자현미경 등의 수단을 이용해 직접 단백질 구조를 해독했다. 이런 방식은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많은 비용이 들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단백질의 구조는 10년이 넘게 걸려도 실마리를 잡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알파폴드와 같은 단백질 생성 AI가 활약하게 되면서 신약개발 분야에 새 지평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전에는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데 평균 1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파폴드가 예측해낸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는 수 조 달러의 비용과 최대 10억 년의 연구 기간을 절약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또 알파폴드가 찾아낸 단백질 구조는 효과적인 말라리아 백신 개발, 암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 등 여러 의료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강조했다.

= 딥마인드 유튜브 갈무리

 

전 세계의 주요 기술기업, 제약기업들이 잇따라 AI 신약개발에 뛰어들면서 올해의 신약개발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단백질 공학 시장의 규모는 2022년 31억 8천만 달러에서 2032년에는 약 152억 5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 AI 신약개발 시장이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에는 40억 35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스웨덴의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3일 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의 단백질 생성 AI 기업 ‘앱사이’의 기술을 도입하는 2억 47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0월 이미 임상실험에서 앱사이가 발견한 치료법을 활용해 폐암과 유방암에 대한 유효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프랑스의 제약기업 사노피 역시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노피는 지난 2022년에는 엑센티아, 아톰와이즈, 인실코메디슨 등 다수의 AI 신약개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저분자화합물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 또 이어서 지난해 10월에는 AI 모듈 공동개발을 위해 바이오맵과 10억 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12월에는 프랑스의 AI 기업 아케미아와 1억 4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올해 AI 신약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식약처는 오는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AI RISS 심포지엄을 개최해 AI를 활용한 의료제품 개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 11월 펴낸 ‘AI 기반 신약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분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비해 성공률이 낮고 노동집약적이었으나, AI 기술의 도입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이나 비용을 크게 감축할 수 있어 개발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AI가 후보물질 도출과 임상시험에서 시행착오를 줄여 신약의 개발 기간을 평균 10~12년에서 7년까지 줄일 수 있고, 개발 비용 역시 평균 6천억 원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국내 AI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짚었다. 먼저 국내 제약기업과 테크기업의 협업이 우선 사항이다. 국내 헬스케어 산업과 AI 산업은 각각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두 분야를 연계하는 플랫폼이나 연구를 통한 AI 신약개발 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AI와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의 양성도 필요하다. 현재 AI 신약개발 관련 인력의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취업 연계, 네트워크 형성 등의 지원을 확대해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발굴, 임상시험 등 신약개발 전반에 AI를 적용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지만, 국내 AI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도출에 분야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중, 대형 제약사는 AI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작고 영세한 기업들은 AI 활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영세 제약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기업 간 협업을 장려하는 지원 정책을 통해 성공사례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필요 시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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