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딥시크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이 격변을 겪고 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가 반도체를 사용해 오픈AI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거품론을 제기했다. 이에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저가 반도체를 활용해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며, AI 인프라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기존의 고가 AI 인프라에 의존하던 산업 구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딥시크의 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단기적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오픈AI와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다고 발표한 분야는 수학, 코딩, 추론 등의 분야다. 이는 정량적, 객관적 지표가 명확해 정답 평가가 간단하며, 강화학습을 통한 성능 개선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영역이다.
그러나 그 외 멀티턴(Multi-Turn) 대화, 다국어 지원 등 일반적 거대언어모델(LLM) 기능에서는 부족한 성능 구현을 보였으며, 개선 과정에서 추가 조정(Fine-Tune)이 필요하며 현재 발표된 수준보다 모델 크기가 커질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빅테크의 LLM 수준은 단순/일회적 의사결정 고도화 및 동적/복합적 의사결정으로 확장하는 구간"이라며 "하지만 딥시크가 보여준 모델은 단순/일회적 의사결정 초기 수준에서의 효율화로 보여진다. 이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효율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술 진보 단서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극단적 비용 효율화가 하드웨어 수요에 대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빅테크 모델과 절대성능 측면에서 격차가 크고, AGI까지 목표하는 산업 방향성 관점에서 신규 영역 개척에 대한 기술 가능성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드웨어 수요가 축소될 수 있는 기술적 근거 미확인)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AGI 달성을 위한 LLM 기술진보는 여전히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며, AGI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빅테크들의 경쟁 구도가 지속 중이다. 이에 선점을 위한 빅테크들의 CapEx 확대 기조 속 하드웨어의 우호적 환경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5년 엔비디아와 빅테크의 경쟁 심화 속 HBM 및 메모리 프리미엄이 지속됨과 더불어 유리기판에 대한 채택 결정의 가속화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딥시크의 등장은 국내 AI 반도체 산업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중국 내 AI 시장이 확대되면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의 AI 반도체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동형 알서포트 이사('변화 너머' 저자)는 "미국 빅테크 중심의 자본 경쟁에서 중국이 효율적인 접근법으로 비용을 낮추면서도 유사한 성능의 LLM을 개발했다. LLM을 스마트폰 OS에 비유하면, GPU/NPU는 AP와 같다"며 "과거 피처폰 시대의 글로벌 강자가 자체 OS/AP에 집중하다가 몰락한 사례처럼, 한국은 독자적인 LLM 개발에만 몰두하기보다, LLM을 빠르게 도입해 이를 활용한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이어 "소프트웨어 시장이 글로벌의 1.2% 수준인 상황에서 이미 미국 중심의 빅테크와 중국(독립적인 자체 시장 확보)이 경쟁하는 LLM은 빠르게 도입해 이를 활용한 서비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즉 안드로이드OS를 사용하되, 앱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과 같은 경우"라며 "일본이 디지털청을 통해 오픈AI를 도입한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LLM 자체 논의에 머물러 있어 데이터·AI 분야에서 ‘갈라파고스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딥시크가 공개한 최신 AI 모델 ‘R1’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H800은 대중 수출 규제에 맞춰 성능이 조정된 제품으로, 최신 5세대 HBM인 ‘HBM3E’가 아닌 HBM2E(3세대) 또는 HBM3(4세대)를 탑재했으며, 국내 업체들이 이를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H20과 같은 저사양 칩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욱 불확실한 영업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딥시크의 등장은 단기적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 감소와 중국 빅테크의 성장 가능성 등 도전 과제를 안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 시장 확장과 추론 반도체 수요 증가 등 국내 AI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딥시크가 나옴으로써 AI 시장에 '제본스의 역설' 효과를 낸다는 목소리도 있다. 효율성이 개선되면 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자동차 연비 개선이 원유 사용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AI 기술의 효율성 향상이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를 사용하면서, 하이엔드급 대신 중급 사양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가격과 전력소비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제품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위원은 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AI 주도권을 미국이 완전히 잡고 있는 것 같았는데, 딥시크의 등장으로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 입장에서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AI붐이 다시 한 번 더 불게 되는 것이고 더 많은 연구개발과 더불어 반도체 수요도 늘 것으로 보여진다.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업들 입장에서는 호재"라면서 "다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개발 중인 MPU(소형연산처리장치)라든지 시스템반도체 쪽에서는 그간 이러한 (딥시크같은) 범용보다는 특수목적용으로 개발이 많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선 빨리 우리도 성과를 내야 되겠다 라는 또 다른 자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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