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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개 전업카드사 신용판매액.(단위: 조원), 자료=여신금융협회
[이코리아] 현대카드가 처음으로 신한카드를 제치고 신용판매 이용실적 1위를 차지했다. 애플카드 단독 도입 및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 등의 노력으로 이용자 수가 꾸준히 확대된 결과로 해석된다.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연간 신용판매액 규모는 총 166조2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6조1115억원(10.7%) 늘어난 것으로,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신용판매액은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이용액을 제외하고 국내·외에서 신용카드로 승인된 금액을 모두 더한 수치로,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동안 신용판매 실적 1위를 지켜왔던 신한카드는 166조340억원을 기록하며 2위로 물러났다. 약 2000억원의 근소한 차이지만 현대카드기 신한카드를 제치고 신용판매 실적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씨카드(1조9429억원, 전년 대비 68.9%)를 제외하면 나머지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점유율로 따지면 19.55%로 신한카드(19.52%)와 불과 0.03%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지난해보다 1%포인트 증가한 반면, 신한카드는 0.2%포인트 감소하는 등 성장 속도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실적 1위 동력으로는 애플페이 조기 도입이 꼽힌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2월 3일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은 뒤 다음 달 21일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2023년 2월 1111만8000명이었던 현대카드 회원 수(본인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1224만6000명으로 112만8000명(10.1%)이나 늘어났다.
이 기간 회원 수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카드사 역시 비씨카드(102.2%)와 현대카드 두 곳뿐이다. 신한카드는 같은 기간 회원 수 증가율이 0.7%에 그쳤고, 카드사 ‘빅4’에 속하는 삼성카드(3.9%)와 국민카드(7.9%)도 현대카드를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꾸준한 PLCC 상품 출시도 신용판매 실적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PLCC 본부를 신설한 뒤 같은 해 12월 국내 최초의 PLCC 카드인 ‘이마트 e카드’를 선보이며 국내 PLCC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꼽힌다. 이후에도 현대카드는 네이버, 대한항공, 미래에셋증권,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협력해 PLCC 카드를 출시하며 신규 회원 확보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현대카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우선 신용판매 실적 1위를 기록했지만, 아직 신한카드와의 격차가 근소한 만큼 본업 경쟁력 1위를 확고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기업구매전용카드 실적을 제외할 경우, 현대카드는 아직 신한카드를 제치지 못했다.
기업구매전용카드는 통상 그룹 계열사 간 거래에 사용되는 상품으로 사실상 수수료 수익이 거의 없는데,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인 구매전용 실적 비중이 높은 편이다. 법인 구매전용 실적을 제외한 지난해 연간 신용판매액 1위는 여전히 신한카드(159조2490억원, 점유율 19.7%)로 현대카드(148조7455억원, 18.4%)와 1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높은 신용판매 실적이 곧바로 양호한 수익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현대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4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지만, 8개 카드사 중에서는 4위에 그쳤다. 1위는 신한카드로 현대카드의 두 배가 넘는 5527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카드사 ‘빅4’ 멤버인 삼성카드(5315억원)와 국민카드(3704억원)도 현대카드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카드업계는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12년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3년마다 카드수수료 원가 분석을 통해 수수료율을 조정하게 되면서, 올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수수료가 인하됐고 그에 따라 카드결제 부문 수익성도 낮아지게 됐다는 것. 본업을 잘해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그 덕을 보기 힘들어지게 된 셈이다.
이미 카드사 실적에서 신용판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 총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2020년까지만 해도 35~36%를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 점차 감소해 지난해 3분기 기준 29.2%까지 낮아졌다.
이 때문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간담회에서 “신용판매는 이미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 도달했다”라며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연장 등 제도 개편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해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 개편 방향과 관련해 카드업계 의견을 수렴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들어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면서 현대카드의 독점적 지위가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아직 애플페이 도입을 공식화한 카드사는 없지만,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1분기 중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한편,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 예상되는 어지러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해야 한다”며 “더욱 단단한 팀워크와 집중력을 다지고, 새해에도 분발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애플페이 조기 도입, PLCC 확대 등 카드업계를 선도하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온 현대카드가 올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장하며 실속을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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