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나종호교수, 출처-나종호교수 페이스북]
[이코리아] 유명 연예인의 죽음이 국내 약물 중독자의 재활 상황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의 약물 중독 병원과 재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처벌과 치료, 재활로 이어지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나종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휘성의 노래를 참 좋아했다. 고인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지만, 약물 과복용은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라 더 마음이 아프다”라며 “중독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 약물과 알코올 중독은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저는 일상을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은 환자를 매일 만난다”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처벌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일상에 스며든 마약 문제를 막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약물 중독은 약물의 부정적이고 해로운 결과를 알면서도 약물에 사로잡혀, 강박적으로 약물을 갈망하고 지속해서 사용하도록 만들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되는 만성적 뇌 질환이다. 대부분의 약물 중독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제력과 판단력을 상실함과 동시에 약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미국의 약물 중독 문제에 대한 주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AMHSA)에서는 약물 사용 장애를 반복적인 알코올, 약물 사용으로 인해 건강 문제, 장애, 직장·학교·가정 등에서의 일상생활을 곤란하게 하는 등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정신질환으로 정의한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이 본격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예방정책을 펼쳐 왔고, 실제 약물 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약물 사용 감소라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약물 사용 감소에도 불구하고 펜타닐 성분의 약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면서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인 중 66%가 본인 또는 가족 중 약물 중독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변할 정도로 미국 사회의 약물 중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2022년 ‘국가 약물 통제전략’에서 피해감소전략을 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피해감소 전략은 약물 중독을 줄이고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깨끗한 주사기와 길항제를 제공하고 예방, 치료, 회복의 경로를 통해 중독자들이 자기 주도적인 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길항제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에 결합하여 그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차단하거나 줄이는 약물이다.
연방 보건복지부는 2024년 길항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중심으로 ‘약물 과다복용 예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보조금을 통해 각 주에서 900만 개 이상의 길항제 키트를 완비하여 과다복용 피해자 50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은 약물중독 사회복지사 제도를 통해 약물중독자를 관리하고 있다. 약물중독 사회복지사는 개인 맞춤형 치료 방안을 찾아 중독을 겪는 사람들의 필요에 직접적으로 대응한다. 이는 약물 사용 장애와 함께 발생하는 정신질환 및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치료를 위한 자원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중독으로 인해 법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 중독자들이 사법 체계와 대처하도록 돕는 것 등을 해결하는 것 등을 포함된다.
2010년 오바마케어(Obamacare)로도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CA)’이 제정되면서 미국의 저소득층 의료급여 보장범위 및 보장인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약물 중독 및 치료 관련 서비스가 공공 및 민간 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의사, 간호사 등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많이 없는 지역 등에서 사회복지사는 유일한 서비스 제공자가 되고 있다.
영국은 2022년 영국 전역에 약물 및 알코올 중독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관련 서비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발표하여 빈곤 지역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 중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약물 치료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당시 잉글랜드 내에 있는 빈곤 지역 중 50곳은 7억 8천만 파운드(약 1조 4,640억) 이상의 추가 자금을 받았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약 1000명의 마약 관련 사망을 예방하고, 25만 건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재활시설의 확대와 동시에 형사사법제도의 감독도 강화했다. 영국 정부는 2011년부터 ‘프로젝트 애더(Project ADDER)’를 시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애더(Project ADDER)’는 Addiction(중독), Diversion(전환), Disruption(중단), Enforcement(집행), Recovery(회복)의 약자로, 이 프로젝트로 인해 2022년 기준 600여 건의 조직범죄 소탕, 10,500건의 체포, 13,400건의 마약 치료 개입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약물예방정책의 특징은 ‘중독자(addict)’라는 표현 대신 ‘마약 사용자(drug user)’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 또는 알코올 중독과 같은 단어의 사용이 문제 약물 및 알코올 사용에 대한 낙인으로 인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중독자라는 낙인이 사람들의 고정 관념으로 인해서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있어 고민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도움의 손길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중독자 표기를 자제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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