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기반 헬스케어. 출처=구글 클라우드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코리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 시장이 급성장하며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법이다. 이는 기존 약물 치료와 달리 비용 절감, 접근성 향상, 맞춤형 치료 가능성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어 의료 및 제약 업계뿐만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26.1% 성장해 560억 달러(약 74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정신 건강, 신경계 질환 치료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0억 달러(약 7조 원)였던 시장 규모는 2025년 100억 달러(약 14조 원)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신약 대비 개발 비용을 30~50% 절감할 수 있으며, 임상시험 진행 속도도 빠르다. 기존 신약이 개발부터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는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3~5년 내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또한, 물리적 제조 공정이 없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 미국 기업으로,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 '리셋(reSET)'을 개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약물중독 치료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며, 불면증, 우울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는 ADHD 치료를 위한 세계 최초의 게임 기반 치료제 'EndeavorRx'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았다. 자폐증, 우울증 치료제로도 확장 중이다. 바이오포닉스(Biofourmis)의 경우 AI 기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해 심혈관 질환 및 암 환자의 건강 모니터링 및 맞춤 치료를 제공하며, 코기토 헬스(Cogito Health)는 음성 분석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또 기존 제약사뿐만 아니라 헬스테크(HealthTech)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하며, 제약과 IT 융합을 통한 협업, 라이선스 인·아웃, M&A(인수합병)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해외에서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술 기업도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의 위치는 어떨까.
강성지 웰트 대표이사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산업보고서 'KPBMA 포커스'에 발표한 '디지털 제약회사가 만드는 디지털 신약'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미국은 37개, 독일은 56개, 영국은 20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허가받아 시장에 출시됐다. 한국은 2025년 1월 기준 5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솜즈(Somzz)',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치료제 '슬립큐(SleepQ)',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VIVID Brain)',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 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EasyBreath)',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소리클리어(SoriCLEAR)' 등이다.
독일은 디지털 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도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 제도를 통해 급여 적용을 확대 중이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네오펙트, 웰트, 라이프시맨틱스 등 여러 스타트업이 치매, 불면증,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는 국내 식약처 승인 및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특히, 웰트는 한독,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로부터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140억 원을 투자받았고, 베이글랩스는 한미약품과 협력해 비만치료제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접목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규제 개선 및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최초로 불면증 치료제가 승인된 데 이어, 2024년부터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 치료제의 경제성 평가를 진행하며, 가이드라인 제정 등 제도 정비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전통적인 약물치료를 보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비대면 의료 수요 증가, 의료비 절감 요구, 개인 맞춤형 의료 발전 등의 트렌드가 디지털 치료제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약물과 병용하는 ‘Drug + DTx’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GLP-1 제제에 생활 습관 기반 혈당 조절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보험 적용, 규제 장벽, 의료진 및 환자의 인식 개선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의료 생태계 내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
웰트의 강성지 대표이사는 “디지털 치료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 가치를 제공하고 신약으로 인정받는 단계가 되었을 때 디지털 제약산업은 그 꽃을 피울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탄력적 보험 수가 적용 및 경제성 평가 기준 확립, 글로벌 표준화 및 규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이 현실이 된 우주 태양광 발전..상용화 프로젝트 경쟁 치열 (1) | 2025.03.18 |
---|---|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 수혜 예상 업종은? (1) | 2025.03.18 |
핀테크로 기후변화 대응하는 글로벌 금융사, 국내 현황은? (0) | 2025.03.17 |
SK이노베이션 주가 강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0) | 2025.03.17 |
캠코, 2594억원 규모 압류재산 1337건 공매 (0) | 202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