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나 규제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의 문제가 해소되면서 그동안 저평가된 지주사나 은행주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재석 279인 중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통과시켰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및 투자자들은 이번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일반 주주가 포함되면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사의 책임과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된 만큼,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등 기업가치 및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특히 지주사 및 은행주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주사와 은행주는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지주사의 경우 다수의 자회사를 중복상장시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이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해왔다. 실제 국내 지주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부분 1배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일반 주주가 포함된 만큼 중복상장 문제 또한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섹터의 고질적인 이슈였던 저평가 현상이 완화될 수 있는 기틀이 닦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물적분할 후 상장, 부실 자회사 지원 등 지주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가 억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주도 상법 개정안의 수혜주로 기대받고 있다. 은행주는 금융당국의 규제 및 정책 변화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 ‘규제민감주’로 꼽힌다. 실제 금리인상기 대형 시중은행들이 엄청난 규모의 이자이익을 거두며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는 은행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상생금융’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압력으로 인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3년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약 2.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주 이익 보호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정부가 은행에 상생금융 등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의 공적 기능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권이 지난 2년간 실시한 상생금융 방안은 은행주 투자자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은 연구원은 이어 “상법 개정 이후에도 대의를 위한 기업 및 주주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규제 리스크가 경감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전통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 유틸리티, 통신 등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도 지주사·은행주가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법안 공포 후 1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게다가 현재 재계 및 여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상법 개정안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주사들이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자회사 상장을 서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즉시 시행되기 보다는 공포 후 시행까지 특정
기간을 둘 수 있다”며 “이 기간에 상장 지주회사들이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을 조속하게 추진할 수 있어, 해당 기간에는 지주회사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엄 연구원은 이어 “지주회사 별도 기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우량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에 대한 예의 주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주의 경우 상법 개정 효과보다 업황 악화로 인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여신 성장까지 제한돼 올해부터는 시중은행들의 이자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은행주 매도세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주 향방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지난주 외국인들은 코스피를 약 2.4조원 순매도하는 가운데서도 은행주는 30억원 순매도에 그쳤다”며 “특히 KB금융에 대해서는 16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2월초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처음으로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규제 강화 가능성 및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은행주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기에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에는 반등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매매 방향성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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