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C본더 'SFM5-Expert'. 사진=한화세미텍
[이코리아]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이 반도체 시장의 핵심 영역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장비 시장에서 전략적 협력을 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지난 14일 고객사인 SK하이닉스의 퀄테스트(품질검증)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며 HBM TC본더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화세미텍이 해당 장비를 고객사에 공식 납품하는 첫 사례로, HBM 제조 장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로,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긴밀히 협력하며 TC본더 생산 및 품질 검증을 진행해 왔다. 최근 고객사로부터 공식 구매 주문(PO)을 받으며 짧은 기간 내에 빠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번 성과로 한화세미텍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요 공급망인 엔비디아(NVIDIA) 공급 체인에도 합류하게 됐다.
AI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HBM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182억 달러에서 2025년 467억 달러(약 67조9000억 원)로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화세미텍의 이번 계약 체결은 향후 글로벌 HBM 장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세미텍은 2020년 TC본더 개발에 착수한 이후 4년 만에 양산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플립칩 본더 등 기존 기술력을 바탕으로 HBM TC본더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결과”라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명을 변경하며 ‘반도체 장비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한화세미텍은 이번 성과를 시작으로 반도체 전후 공정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한화세미텍에 무보수로 합류한 김동선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지난달 ‘세미콘코리아2025’ 현장을 찾아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기술 뿐”이라며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사장은 부임 이후 고객사 미팅에 직접 참여해 한화세미텍 제품의 높은 품질과 기술력을 강조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의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HBM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인 DDR4 8Gb 제품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이 1.466달러로 지난 7일(1.442달러) 이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신 D램인 DDR5 16Gb 제품 역시 지난달 대비 6% 이상 상승한 5.068달러를 기록했다. 현물거래 가격 상승은 고정거래 가격 상승의 선행지표로, 향후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과 2월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 고정거래 가격은 각각 2.18달러와 2.29달러로, 전월 대비 4.57%~5.2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약 30% 가까이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급격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AI 서버용 HBM 반도체는 호황을 맞았지만, PC와 스마트폰용 범용 메모리는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는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회복으로 인해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기술이 소비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AI용 PC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AI PC 시장이 지난해 4,302만 대에서 올해 1억 1,422만 대로 165.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체들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달 투자자 행사에서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재고 수준이 개선되고 있으며, 올봄까지 건강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샌디스크도 다음 달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할 계획이다.
유안타증권이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심의 Rush order(긴급 주문)가 2025년 1분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소비 부양책과 △ 미 정부의 추가 관세 영향에 대비한 고객들의 재고 확보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길현·박현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만, 스마트폰 및 주요 소비자 제품에서 재고 빌드업 수요는 발생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Sell-through) 반등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1월 20일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소비 부양책 및 추가 소비 지원금 가능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안타증권은 중국 로컬 공급업체의 입지 확대 및 중화권 모바일 중심의 재고 조정을 전망했으나, 2024년 11월부터 시작된 Rush order가 글로벌 IT 공급망의 재고를 낮추고 있어 예측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박 연구원은 "이러한 수요 지속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Registered DIMM 및 Enterprise SSD 수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위원은 1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0~15% 가량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됐는데, 갑작스러운 반등의 이유가 다소 불확실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재고 조정과 중국 시장의 재고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지만, 수요 산업의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만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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